새해가 밝았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은 여전하다. 그 돌파구의 키워드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풀어보는 건 어떨까? 이 새로운 화두는 최소 30년간 대한민국과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ESG는 이제 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개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기회를 열어내고 있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하길래 ESG가 주목받는 걸까?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기후재난으로 요동치고 있다. 예측 불가한 기상이변에 미국 유럽 등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의미심장한 보고서가 나왔다. 금세기에 제주와 남부지방에서 더는 겨울을 볼 수 없단다. 기상청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국내 기후변화 전망을 보면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현재와 비슷하게 배출하는 경우 2081~2100년 무렵 제주와 남부지방은 한해 211일이 여름으로 예상된다.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가 약 1℃ 상승했는데 우리나라는 불과 30여 년 만에 1℃가 올랐을 만큼 짧은 기간에 기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주요 선진국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시멘트·알루미늄과 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탄소를 줄이지 않고 수출하면 별도로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시행은 2026년부터인데 올해 시범 적용한다. 우리나라 대표 철강회사 한 곳만 따져도 2030년에 연간 6조 원의 규제 비용을 물어야 한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올해부터 시행하는데 마치 유럽과 미국이 한국을 노린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6위, 총배출량 세계 7위, 1960년 이후 누적 배출량은 세계 16위다.
이런 규제가 대기업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LCA(전 과정 평가) 기법이 도입되면서 모든 원료·소재·부품 조달과 유통·소비·폐기에 참여한 협력사와 중소기업 등 공급망 참여자의 탄소 배출량이 측정된다. 즉 모든 기업이 ESG 보고서를 공시하고 제출하라는 뜻이다.
규제가 구체적인 데다 시급해졌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발표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상승하는 국가에 이름을 올리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60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국가와 기업, 단체와 개인이 절실함을 안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후 반드시 이행하는 거다.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시대를 앞당기는 방법을 모색하고, 친환경 기술로 공정을 바꾸고, 관련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ESG를 교육하고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위기 대응 능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ESG를 맞닥뜨린 지금이 바로 그 대응 능력을 발휘할 절호의 타이밍이다. 방법이 궁금하다면 ESG부터 제대로 분석해보자. 먼저 E(Environment·환경)에 맞춰 나와 내가 속한 단체의 한 해 계획에 기후변화 유발물질을 줄일 방법을 한가지라도 세우고 실천하자. 다음으로는 S(Social·사회)에 따라 그 계획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과제로 만들어 책임 있게 이행하자. 마지막으로는 G(Governance·지배구조)의 개념을 되짚어보자. 지금까지 이윤을 우선했다면 이젠 지구를 살린다는 절박함을 앞세워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투자자도 금융기관도 소비자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1순위로 두고 고객과 투자자, 이해관계자가 연대해 투명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공존과 공생의 길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ESG가 모두의 생존을 위한 선한 영향력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삶을, 시공간을 바꿔놓을 기회가 된다는 거다. 새해를 맞아 모두의 꿈과 기회에 ESG를 반드시 포함해야 할 이유다.
/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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