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걸쳐…역대 마다 100여건

정치적 논리·예산부족 이유
층간소음 등 논의 조차 안돼
전문가 “제도적 보완 있어야”
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가 4대에 걸친 역대 의회마다 100건이 넘는 폐기 조례안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삭제된 안건은 양육·고용 등 주요 쟁점 현안과 관련돼 있거나 행정의 도움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생 의안'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집행부 반대나 예산 부족 등의 사유로 상임위 심의조차 받지 못해 미해결 과제로 남겨진 것이다.

24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종료된 제10대 의회에서 임기 만료에 따라 전체 접수의안 2594건 중 135건(조례안 105건 포함)이 자동 폐기됐다. 의안 미처리율은 5.20%로, 전국 광역의회에서 1위를 차지한 서울시의회(전체 3332건 중 9.60%인 320건 미처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런 영향으로 경기도의회 역대 폐기 의안 숫자는 제8대 136건, 제9대 184건, 제10대 148건으로 임기 4년마다 100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미처리 안건 대부분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이후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기약없이 계류되다가 폐기 수순을 밟아 공론화 기회를 놓쳤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행정 수요가 빗발치는 우리사회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거나, 도움이 필요하지만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조례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경기도 공동주택 층간소음 방지 조례안'(조광희 전 의원 대표발의)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강력범죄로까지 번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지사가 갈등 예방과 해소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마련됐다.

지난 2020년 4월 발의된 조례안은 집행부 반대로 상임위 회의 테이블에서 논의조차 안 됐다. 도는 당시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미 층간소음 관련 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반대했지만, 내부적으로 환경국과 도시주택실 간 '소관 부서 떠밀기' 상황이 벌어지면서 입법 절차가 진척되지 못했다.

'경기도 보육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권정선 전 의원 대표발의)은 장애아 등 취약보육계층을 대상으로 어린이집 확보와 취약보육 실시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해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었고 의원들도 공감대를 지원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집행부가 관련 상위법에 근거규정이 없다며 '소극 행정'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조례 개정은 엎어졌다.

이와 함께 '경기도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지원 조례안'(한미림 전 의원 대표발의)은 도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보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인천·광주 등 다른 지자체에서 비슷한 조례가 시행되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실현되지 못했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조례안도 불발됐다. '경기도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최종현 의원 대표발의)을 비롯해 '경기도 청소년 기본 조례안'(신정현 전 의원 대표발의), '경기도 공동주택 노동자의 인권보호 및 고용안정 조례안'(신정현 전 의원 대표발의), '경기도 외국인노동자 쉼터 지원 조례안'(원미정 전 의원 대표발의) 등이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입법 필요성이 있는 표류 의안을 살리는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권혁성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주요 현안이나 민생과 관련된 조례안이 행정 부서 간 칸막이나 정치적 논리 등으로 폐기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를 검토할 수 있는 내부 기구나 모니터링의 제도화를 통해 완전 폐기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박다예 기자 pdye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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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의도 없이 무더기 폐기된 민생 조례안 제10대 경기도의회 임기(2018년7월~2022년6월) 동안 소관 상임위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자동 폐기된 조례안이 105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발의된 모든 조례안이 상정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므로 연 평균 25여건 폐기를 싸잡아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심의조차 못하고 사라진 조례안에 민생 현안이나 사회적 안전망과 관련된 조례안이 여럿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더구나 폐기 이유가 집행부의 편의주의와 소극 행정, 각 정당 주류의 이해득실에 따른 외면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병든 풀뿌리민주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예컨 경기도의회 '장기표류 → 폐지', 방지안도 못 피했다 경기도의회가 발의의안의 '장기계류→폐지' 악순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 마련한 조례안조차 방치 끝에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일보 1월 25일자 3면 경기도의회, 계류·폐기 조례안 '100건 이상'…현안·민생 다수>25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제10대 의회에서 장기표류 안건을 자동 상정하는 내용의 '경기도의회 회의규칙 일부개정조례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의회운영위원회에서 '의결 보류' 결정 난 이후로 9개월 가까이 표류하다가 결국 의회 임기 종료와 동시에 삭제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