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대 경기도의회 임기(2018년7월~2022년6월) 동안 소관 상임위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자동 폐기된 조례안이 105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발의된 모든 조례안이 상정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므로 연 평균 25여건 폐기를 싸잡아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심의조차 못하고 사라진 조례안에 민생 현안이나 사회적 안전망과 관련된 조례안이 여럿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더구나 폐기 이유가 집행부의 편의주의와 소극 행정, 각 정당 주류의 이해득실에 따른 외면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병든 풀뿌리민주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예컨대 '경기도 공동주택 층간소음 방지 조례안'(2020년 4월) 도의 환경국과 도시주택실 간 '소관부서 떠넘기기' 탓에 발의 후 계류 상태로 묶여 있다가 폐기되고 말았다고 한다. 장애아동 등 취약계층의 보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 보육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집행부가 상위법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해 발의만 되 채 사라졌다. '경기도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지원조례안'의 경우 서울 인천 광주 등은 비슷한 조례가 만들어졌으나 경기도의회에서는 실현되지 못했다.
이밖에도 인권·청소년·건설노동자·외국인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과 기본권을 확충하기 위한 조례안들이 상임위의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풀뿌리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사안들이지만, 민감한 현안에 오히려 눈감는 거대 정당들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피해가서는 안 되는 현안과 민생 관련 내용들의 진전을 풀뿌리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도의회가 가로막은 격이라는 비난이 나올 법하다. 도의회에서 처리되는 의안이 연간 650건 가량이므로, 조례안 일부의 폐기를 침소봉대할 일은 아니나, 도민의 삶 구석구석을 살펴야 하는 도의회의 기능을 감안할 때 폐기된 조례안이 아쉽기만 하다.
중앙정치 종속형 구조와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도의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무늬만 자치'가 아니라 도민의 현실에 한걸음 더 다가서려는 도의회의 노력이 절실하다. 11대 도의회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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