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로 활동 반경은 점점 줄어들고, 마주침에 대한 갈망은 '반려 ○○' 라는 또 다른 유행을 만들었습니다.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반려 식물'이었습니다.

물론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 저는 또 다른 생명을 보살피기엔 도통 용기가 안 나 그저 길거리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이며 나무들을 눈에 카메라에 담으며 만족했지만요.

그들이 모두 겨울잠을 자러 가버려 영 쓸쓸하던 차에 얼음장 같은 제 손발도 녹일 수 있고 덩달아 마음까지 1도(℃) 높여주는 곳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서늘한 도심에서 따사한 숲으로…

포레스트(forest) : 숲, 삼림

아웃팅스(outings) : (보통 당일로 하는) 여행[견학], 야유회.

 

마치 숲 속을 산책하는 듯했습니다.

실제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식물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커다란 통창으로 쏟아지는 햇볕을 그대로 쬐고 있으니 어쩐지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조금 펴지는 것 같고요.

문 하나 열고 들어왔을 뿐인데 가지런히 선 초록 생명체들이 팔랑팔랑 반가운 인사를 건네니 평범한 일상이 제법 소풍 나온 것처럼 특별해진 기분입니다.

이들이 조용히 곁에서 건네는 위로가 제법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 카피라이터는 "사소함이 결정적인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의 오타는 실수일 수 있지만, 두 개 이상의 오타는 상대방이 나를 보는 '태도'일 거라고요. (『평소의 발견』(유병욱, 북하우스))

어느 것 하나 무심하게 굴지 않고 늘 부지런하게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이 연약한 생명체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이 다정한 사람들이 꾸려가는 공간, 실제로도 사람 온기가 담뿍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자신의 치열했던 어린 시절을 잊지 못해 자연스럽게 장학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힌 김원균 사장님은 카페 수익 중 일부를 지역 내 취약계층 후원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자체 생산하는 빵들의 미판매 분은 푸드뱅크를 통해 기부하고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올 연말 이곳 방문을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포레스트 아웃팅스 베이커리 총괄 님이 야심 차게 준비한, 오직 12월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선물 때문이죠.

 

▲ 부쉬 드 노엘 ([프랑스어]buche de noel) :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먹는 통나무 모양의 프랑스 전통 케이크.

 

여러분은 프랑스에서 유래한 크리스마스 이브 날 가족들이 모여 장작을 태우며 다가오는 새해에 행운을 기원하는 오랜 전통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여기서 탄생한 '부쉬 드 노엘'이란 디저트는 통나무를 잘라 놓은 듯한 모양 때문에 흔히 통나무 케이크로도 불리는데요.

프랑스어로 장작이라는 뜻의 '부쉬(buche)'와 성탄절이라는 뜻의 '노엘(noel)'이 합쳐진 단어로, 가정 내 벽난로가 점차 사라지게 되면서 대신 장작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게 되면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송도 포레스트 아웃팅스의 부쉬 드 노엘은 멀리서도 진한 초콜릿 향이 느껴지고 생생한 나뭇결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초콜릿이 빵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크기라 가볍게 안부를 전하며 마음을 건네기에도 제격입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잖아요"

하룻밤 사이 뚝 떨어진 온도에 온몸이 꽁꽁 얼어붙고, 한해 마무리는 늘 그렇듯 정신이 없죠.

그래도 어느새 크리스마스입니다.

까슬까슬해진 일상, 무해하게 반짝이는 공간에서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오늘의 ‘채도’를 높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 채나연 기자 ny1234@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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