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수도국산(水道局山)은 동구 송현동과 송림동에 걸쳐 있는 야트막한 산(56m)이다. 인천인들에겐 '달동네'로 아주 유명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에게 상권과 일자리를 빼앗기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모여들었는데, 그 곳이 바로 수도국산이다. 이어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1960~70년대엔 산업화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 전형적인 달동네로 변모했다. 한창때엔 산꼭대기까지 판자집들이 들어차면서 3000여가구가 살았다.

수도국산의 본디 이름은 송림산(松林山)이다. 바닷가에 자리를 잡은 조용한 소나무 숲이었다. 그러다가 1908년 산 정상에 서울 노량진과 송현동을 잇는 송현배수지를 완공하면서 수도국산으로 바뀌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인천엔 수질이 나빠서 개항(1883년) 이후 물 확보를 관건으로 삼았다고 한다. 점차 증가하는 인구와 선박 등이 문제였다. 일제가 1906년 탁지부에 수도국을 신설하고, 인천과 노량진을 잇는 상수도 공사에 착수한 이유다. 1910년 10월 준공해 12월1일부터 급수를 시작했다. 인천 최초의 상수도시설. 2003년 10월 인천시 문화재 자료 제23호로 지정됐다.

수도국산 달동네는 1990년대 중반부터 송현동·송림동 일대를 개발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산비탈을 깎은 터엔 아파트 단지를 만들었다. 그래도 주변 지역엔 인천의 근대 역사·문화적 유산이 많이 남아 있었다. 동구청은 이후 수도국산 윗 부분에 송현근린공원을 조성하고, 공원 인근에 2005년 10월25일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을 개관했다. 옛 물건들을 전시하며 역사·문화 학습의 장을 제공한다. 박물관엔 매년 10만명 이상이 찾는다.

동구가 관람객 편의를 높이려고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을 새로 단장한다는 소식이다. 공사비와 유물 구입비 등 10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지상 2개층(연면적 1,701㎡)의 증축을 추진한다. 내년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4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개비하는 공간엔 쉼터, 상설·기획 전시실, 아카이브실, 체험관 등을 꾸린다.

이와 관련해 동구 문화홍보체육실 공무원 4명은 박물관 개축에 앞서 지난달 29일 8박10일 일정으로 유럽 박물관과 미술관 선진지 견학을 떠났다. 최근 리모델링한 이들의 전시기법과 시스템을 직접 보고 달동네박물관 설계·전시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유럽 문화관광 선진 사례와 달동네박물관이 어떻게 연관될지 관심을 모은다.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달동네 삶'을 되살려 살폈으면 한다. 아무튼 이들 전문 문화예술 견학이 달동네와 어떤 방식으로 어우러질지 지켜보겠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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