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작은극장 돌체'(미추홀구)에서 일반 시민들이 배우로 분장해 연극을 하는 걸 흥미롭게 봤다. 물론 전문 연기자 지도로 연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고자 했다. 어설픈 시민배우의 역할이 짠하긴 했어도,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시도였다고 여겨졌다. 호된 연습 과정을 거쳐 배우로 탄생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멋지기까지 했다.
'작은극장 돌체'는 올해로 15년 째 '시민배우 프로젝트'를 추진해 관심을 모은다. 연극배우로 서 보고 싶은 시민들이 모여 끈기 있게 연습하고, 전문배우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어쩌면 학창 시절 한때 품었던 배우의 꿈을 풀어내려는 듯, 시민배우들은 아주 열정적이다. 관객들은 그들을 보며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배우가 뭐길래 이처럼 시민들을 매료시키나. 우리는 보통 영화·드라마·연극의 인물로 분장해 연기를 선보이는 이들을 '배우'라고 지칭한다. 해당 범위가 넓고 진입 장벽도 높은데, 국내에선 수만명이 배우직을 걸 정도로 각광을 받는다. 본인을 상품화해 재능을 파는 직업인 만큼 많은 인기를 얻지만, 간헐적인 스케줄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제1회 대한민국 시민연극제'가 11월8일부터 18일까지 인천시 일대에서 진행된다. 인천시가 후원하고 (사)한국연극협회 인천시지회가 주관한다. 말 그대로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누리는 축제다. '시민 속의 연극, 연극 속의 시민'이란 슬로건 아래 전국 규모로 개최되는 첫 번째 시민연극제다. 시민 예술가를 발굴하고, 시민들이 다양한 연극을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고 기획됐다. 침체된 순수 연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극제에선 각 시·도를 대표하는 9개 연극 단체(동아리)들이 전국 최고의 시민극단을 선발하기 위한 경연을 펼친다. 6개 단체가 자유참가팀으로 참여하는 프린지 페스티벌, 연극 활성화 포럼, 한국 연극배우 사진전, 시민참여 연극놀이, 시민배우 연기 워크숍 등의 부대행사도 열린다. 전문 연극인들의 연출과 연기지도 등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이 기대된다.
인천의 경우 개항 후 1895년 협률사(協律舍)와 축항사(築港舍)를 비롯해 1926년 애관(愛館), 1980년대 소극장 전성시대 등 연극 역사가 매우 깊다. 국내 연극의 대들보 구실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극단을 거쳐 유명배우로 성장한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다가 서울에 밀려 침체기를 맞기도 했지만, 요즘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극단을 세워 연극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첫 시민연극제를 계기로 옛날처럼 소극장과 연극인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문일 논설위원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