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김윤아의 노래 <키리에>를 틀었습니다.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가슴 안에 가득 찬 너의 기억이, 흔적이/ 나를 태우네, 나를 불태우네// 울어도 울어도 니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꿈이야/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나는 지옥에, 나는 지옥에 있나 봐…….” 타인의 고통에 음악으로 공감하려 한다는 가수의 진심이 가슴을 울립니다. 키리에 엘레이손,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서양에서 11월은 만성절로 시작한다지요. 매해 11월 1일은 모든 성인과 성인이 미처 되지 못한 분 모두를 기리는 날이라 들었습니다. 평생 교회사를 연구하신 분 말씀이, 만성절은 1년 중 가장 축복이 많이 내리는 날이라고 합니다. 모든 수호성인이 축복해 줄 테니까요. 만성절을 국경일로 정한 나라도 여럿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2022년 만성절 아침 우리는 슬픕니다. 울어도 울어도 니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꿈이야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나는 지옥에, 나는 지옥에 있나 봐…….
11월은,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나태주 시인의 <11월>)입니다. “11월 들판에/ 빈 옥수숫대를 보면 나는/ 다가가 절하고 싶습니다/ 줄줄이 업어 기른 자식들 다 떠나고/ 속이 허한 어머니……”(윤준경 시인의 <11월의 어머니>) 11월의 어머니들이 웁니다. 울어도 울어도 니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정호승 시인이 <수선화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 거 기억하지죠?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 /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우리나라에서 11월 1일은 시의 날입니다. 세계에서 시의 날을 정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 들었습니다. 1987년부터 지키고 있다더군요. 애도의 기간인지라 침묵하는 것이 도리이겠습니다만, 뭐라도 써야 하는 처지라서, 마음 아픈 이들을 생각하면서 기억을 더듬어 노래 가사와 시 몇 편 어쭙잖게 옮겨 적었습니다. 무얼 바라겠습니까. 그저 지나가는 가을바람 소리로 여기시면 됩니다. 저는 <키리에>나 더 듣겠습니다.
/양훈도 논설위원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