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양치기 노인은 말없이 매일 매일 도토리를 땅에 묻어 나간다. 이야기 속 시간이 30년 정도 흘렀을 때 남부 프랑스의 황무지는 울창한 숲으로 변해 있었다. 양치기가 묻은 도토리들이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로 자라나고, 숲이 되살아나면서, 새와 물고기 그리고 동물들까지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인심이 사나워질대로 사나워져 아예 사라져 버렸던 마을에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되돌아왔다.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1953년 작 <나무를 심은 사람>은 언제 읽어도 흐뭇하다.

평택시가 지난 3년 간 도시숲 가꾸기에 꽤나 공을 들이더니 올해 상복이 터졌다. 지난 6월 대한민국 조경대상 시상식에서 통복천 바람길숲이 농수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한데 이어, 11월 초에는 산림청이 주관하는 도시숲 평가에서 최우수 숲으로 선정되었다. 올해 최우수 도시숲은 전국에서 3곳이 뽑혔는데, 평택 통복천 바람길숲은 그 가운데서도 첫머리에 올랐다. 산림청이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모범도시숲 인증 도장도 받았다.

평택시가 도시숲 조성에 팔을 걷어붙인 게 2018년이다. 그해 평택시는 기재부와 산림청이 주관하는 국민 삶의 질 개선 및 미세먼지 저감 공모사업에 응모해 국비 100억 원 지원작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평택시는 '평택 바람길숲 도시를 숨쉬게 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비 100억원을 매칭해, 바다와 하천에서 불어오는 바람,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 나가도록 숲길을 조성하는 사업에 힘을 쏟았다.

통복천 바람길숲의 경우 안성천 합류지점부터 동삭지구 양성교까지 10개 구간으로 나누어 테마숲 조성에 들어갔다. 참여의 숲, 시인의 숲, 인물의 숲, 역사의 숲, 바람의 숲, 꼬리명주나비숲, 물및노을숲…. 각각의 테마숲에 테마 나무도 정했다. 이를 테면, 역사의 숲에는 배롱나무를, 인물의 숲에는 금강송을, 시인의 숲에는 대나무를 심었고, 물빛노을숲에는 수국꽃길을 꼬리명주나비길에는 팽나무길을 조성했다.

평택 도시숲 사업에는 시민들도 적극 동참했다. 시민이 기증한 나무가 1만 그루에 이르고, 시민정원단과 도시숲시민추진단도 구성됐다. 산림청의 평가에서 평택시민들의 적극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택시의 도시숲 구상(그린웨이 프로젝트)는 2050년을 내다보는 장기 계획이다. 나무는 희망이다. 미래 세대에게 '나무를 심은 도시'는 그 어떤 비전보다 값진 선물이 될 게 틀림없다. 통복천은 물론이고 국도1호선·진위천·안성천 평택시민의 숲에도 아름드리나무들이 우거지기를 기원한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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