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추모 발길./사진=연합뉴스.

29일 밤 일어난 이태원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의 영상·사진이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그대로 퍼지면서 희생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날 사고 직전부터 밤사이 SNS와 유튜브 등에는 현장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이 실시간으로 업로드됐다.

구급요원들이 집단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영상부터 시민들까지 합세해 희생자들을 구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 참사가 벌어진 참혹한 순간과 희생자들이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들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던 대규모 압사 사고인 데다 특히 세월호 참사 등으로 국가적 재난에 대한 아픔을 가진 국민이 현장 모습을 여과 없이 전해 들으며 그 충격이 더 커졌을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발 빠르게 나서 당분간 미디어 사용을 줄이고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았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성명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참사에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 가운데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애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주변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더 이상의 희생 없이 부상 당한 분들이 완쾌되길 기원합니다.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국민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대한정신신경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한 추가적인 심리적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합니다.

 

1)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자신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을 권합니다.

 

2) 혐오 표현의 자제가 필요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시키고 회복을 방해합니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여 재난 상황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3)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언론은 취재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인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이번 사고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올바른 정신건강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등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전문가의 사회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피해를 본 분들과 함께하였습니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분들의 유가족과 지인, 부상당한 분들과 가족, 목격자, 사고대응인력 등을 비롯한 많은 국민의 큰 충격이 예상되며 대규모의 정신건강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대유행을 비롯한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처럼 민간 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당한 분들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국민이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국가의 재난정신건강지원시스템이 마련되는데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함께 하겠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오강섭

재난정신건강위원장 백종우

보건복지부도 이번 참사와 관련해 국가트라우마센터 내에 '이태원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유가족과 부상자·목격자 등 1천여 명에 대해 심리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단 부상자 입원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심리지원을 알리고 병원, 분향소 등을 방문해 현장 심리지원도 할 예정이다.

지원단은 100명으로 꾸려져 인력 1명이 10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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