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점자 메모장 받고 삶의 질 크게 올라갔어요”

시각장애인 100명에 '버사슬레이트'
기관 7곳 직원 '걷기 챌린지'로 후원
'언제 어디서든 필기 편리' 큰 도움

나눔의 계절이 돌아왔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인천일보는 올해도 '2022 인천 나눔 이야기'를 전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팍팍해진 삶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꺼이 정을 나눠준 시민들. 이들이 공동모금회에 전달한 기부금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증을 해소하고, 기부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모두 7회에 걸쳐 모금액 배분 사업을 소개한다. 이번 기획이 인천시민들에게 나눔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희망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 시각장애인용 휴대용 메모장인 버사 슬레이트를 지원받은 유씨 모습.
▲ 시각장애인용 휴대용 메모장인 버사 슬레이트를 지원받은 유씨 모습.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유모(56)씨는 최근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메모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지난 6월 인천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실시한 '시각장애인 휴대용 점자판 지원 사업'을 통해 '버사 슬레이트(Versa Slate)'를 지원받은 덕분이다. 버사 슬레이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휴대용 점자판으로, 종이 없이 메모가 가능한 시각장애인용 필기구다.

점자용 메모는 일반 메모보다 훨씬 많은 종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은 메모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유씨 역시 종이를 휴대하기 힘들어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내용들을 대부분 기억력에 의존해왔다. 그러다 보니 잊거나 틀린 내용을 기억해 여러 번 애를 먹곤 했다.

하지만 이제 유씨는 버사 슬레이트 하나로 전화 통화 중 기록도 하고, TV나 라디오에서 나온 중요한 내용도 언제든지 메모할 수 있게 됐다.

휴대가 간편하고 사용도 간단해 자연스럽게 점자 연습을 하면서 점자 메모 속도 역시 정확하고 빨라졌다고 한다.

유씨는 “책 한 권을 점자로 번역하면 60권이 넘을 만큼 점자 메모엔 많은 종이가 필요하다”며 “이젠 버사 슬레이트를 통해 많은 부분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 지난 6월 인천 서구청에서 SK인천석유화학이 '시각장애인 휴대용 점자판 지원 사업'을 위한 후원금 1500만원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 지난 6월 인천 서구청에서 SK인천석유화학이 '시각장애인 휴대용 점자판 지원 사업'을 위한 후원금 1500만원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SK인천석유화학 후원으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유씨와 같이 버사 슬레이트를 지원받은 시각장애인은 총 100명이다.

후원금은 서구,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 큰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서구지회, 국제성모병원, 나은병원, SK인천석유화학 등 7개 기관 직원들의 걷기 챌린지로 마련됐다.

7개 기관 직원들이 걷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하면 이에 따라 후원금이 적립·전달되는 방식이며 이렇게 공동모금회로 기부된 후원금은 1500만원에 달한다.

▲ 버사 슬레이트.
▲ 버사 슬레이트.

아울러 버사 슬레이트를 지급한 기관들은 점자를 처음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 교육 기반도 함께 제공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일상생활에서 메모를 못해 경제적 자립 활동까지 영향을 받았던 저소득층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나라 서구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수개월이 지난 최근에도 수혜자들로부터 버사 슬레이트 덕에 삶의 질이 많이 올라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며 “시각장애인들 생활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 자체로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기반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 교육과 꽃꽂이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jmy@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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