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경기장 한편에 자리한 인천 공연계의 '오아시스'

현재의 SSG 랜더스 구장 지하 1층
국비·시비 18억 투입 2010년 조성
지난해까지 12년간 10만 관객 방문

팬데믹으로 문화예술계 멈춘 상황
'동물원' 공연·음악극 '천변풍경' 등
유튜브 생중계로 문화 갈증 돌파구

2017년 부임한 현어진 극장장
“소극장 취지·묘미 살려 공연 유치
창작 작품 통해 지역 공연장 기능”
▲ 최근 문학시어터 무대에 오른 김민교의 '리미트'를 함께한 관객들이 배우들의 호연에 기립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학시어터

인천의 스포츠 경기가 벌어지는 대규모 체육시설 문학경기장. 이 경기장 한쪽에 각종 공연을 볼 수 있는 소극장이 있다.

10여 년 전인 2010년, 인천에 이렇다 할 공연장이 없을 때 인천시가 전격적으로 마련한 극장, 문학시어터다.

연극 같은 무대 공연할 공간을 구축하고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당시 국비와 시비 18억원을 들였다.

▲ 문학시어터 전경./사진제공=문학시어터
▲ 문학시어터 전경./사진제공=문학시어터

지금의 SSG 랜더스 구장 지하 1층에 전체 면적 742㎡ 규모로 관람석 111석과 무대, 분장실, 대기실, 연습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면이 개방된 박스형 공간으로 연극, 뮤지컬, 소규모 콘서트 같은 전문 공연에 적합한 구조다.

현재 미추홀학산문화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소공연장이 필요한 지역의 예술인들에게 활발한 대관이 이뤄진다.

대관뿐 아니라 문학시어터는 자체 기획 공연도 수준이 높다.

2010년 8월20일 개관 기념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약 10만명이 공연 보러 왔다.

양질의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관람료는 일반 1만5000원, 회원 1만원으로 문턱을 낮췄다. 대관료 역시 하루 10만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과 주차 시설이 편하다는 장점도 크다.

 

▲ 문학시어터 내 객석./사진제공=문학시어터

▲코로나 기간에도 예술 서비스하려 고군분투

문학시어터는 문화예술계가 멈춰버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유튜브 생중계로 공연하는 등 시민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했다.

지난해 3월엔 동물원 단독 콘서트를 추진하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룹 동물원은 문학시어터에서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거리에서', '나의 노래',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변해가네' 등 꾸준히 사랑 받는 명곡들을 선보였다.

▲ 문학시어터 음향감독이 조정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문학시어터
▲ 문학시어터 음향감독이 조정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문학시어터

비대면으로 지난해 5월 진행한 음악극 '천변살롱'도 획기적이었다. 탄탄한 연기력과 꾸준한 활동으로 사랑 받는 배우 '황석정'과 뮤지션 '하림'이 문학시어터를 어쿠스틱 사운드가 가득한 1930년대 경성 살롱으로 변신시켰다. 천변살롱은 1930년대 코믹한 가사와 멜로디로 인기를 끌었던 대중가요 '만요'를 극적인 요소와 결합한 음악극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그동안 대극장에서만 개최되었던 본 공연을 문학시어터의 규모와 분위기에 맞춰 다시 제작해 색다른 무대 경험을 선사했으며, 1930년대의 대중가요 만요를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5월 열린 과학콘서트 소우주 학예회엔 싱어송 라이터 진현과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가 입체적인 콘서트를 펼쳐놨다.

별을 주제로 한 강연과 함께 진현은 빅뱅이론을 소재로 한 '마이 샤이니 유니 버스(My Shiny Uni-Birth)', 공학도의 생활을 노래한 '참치김밥에 치즈라면', 이외에도 '슈뢰딩거의 여친', '중력(Gravity)' 등 세련된 팝발라드 장르에 과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을 담아 재미와 감동을 전달했다.

 

▲ 현어진 문학시어터 극장장.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 현어진 문학시어터 극장장.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현어진 문학시어터 극장장

국내외 공연 기획과 연출로 활약하던 그는 가수 이승철 공연 연출가로 2010년 인천을 방문했다. 그때 누군가가 인천에 새로운 소극장이 생겼으니 가보자고 해 처음 문학시어터를 봤다.

“소규모 공연하기 알맞은 크기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 보이는 공연장 느낌이 좋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이 극장에서 극장장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죠.”

그렇게 2017년부터 극장 대표가 된 현어진 극장장은 그동안 쌓은 인맥으로 문학시어터 기획 공연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한정된 예산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 공연자를 섭외하고 시민들과 무대를 나눴다.

“여러 가지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는 소극장의 취지와 묘미를 살려 최선을 다해 공연을 유치합니다.”

그는 감염병으로 모든 것이 제한되는 어려운 시기를 넘어선 지금 극장만이 가진 콘텐츠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유의 창작 작품을 제작해 날마다 무대가 있는 지역 공연장으로 기능하려 합니다. 또 올 하반기에는 과학을 소재로 한 새로운 형식의 음악 낭독극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인천일보·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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