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세계 어떤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과도 견줄만한 장소가 있다. 세 개의 그릇이라는 뜻의 '트라이 보울'.
원뿔형을 거꾸로 세워 놓은 이 건물은 넓고 평평한 바닥을 기초로 위로 세워지는 일반적인 건축물의 상식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2010년 인천세계도시축전 기념관으로 지어진 뒤 10년이 넘은 이 트라이보울이 지금은 전시와 공연을 하는 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건축물의 외형만큼이나 참신하다.
그저 특정 기념관으로 한시적으로 운영되다가 목적을 다 하면 철거될 것으로 예상했던 이 건물이 복합 문화예술 보급이라는 기능을 갖춘 것이다.
들어가고 올라가고 돌고 건너고 내려가는 식의 연속된 입체 곡선의 궤적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됐다.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 823㎡와 다목적 공간 221㎡를 갖추고 이제는 독보적인 인천의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트라이보울과 재즈
트라이보울의 대표 공연은 재즈 페스티벌이다. 올해 8회째 열렸으며 매년 여름 끝자락에 실내 공연장과 야외광장을 시끌벅적하게 메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공연은 3년 만에 열려 더욱 뜻깊었다. 이번에 트라이보울 야외 수중무대에서 최백호, 말로, 박주원, 윤석철 트리오 등이 출연했다.
밤이 되면 트라이보울을 비추는 환상적인 조명을 배경으로 잊지 못할 분위기가 연출 되고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기 때문에 재즈 애호가와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시민들에게 항상 인기가 높다.
▲트라이보울 시리즈
인천문화재단이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위탁 운영하는 트라이보울에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트라이보울 시리즈가 진행된다. 재즈와 클래식,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우수 공연이 펼쳐진다.
이번 달 트라이보울 시리즈로는 낭독연극이 준비된다. 연극과 문학, 역사와 영상, 라이브연주가 복합적으로 섞인 '꿈속에선 다정하였네'다.
연극배우 박정자와 한태숙 연출가 등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한국문학과 연극적 감성을 더해 혜경궁 홍씨 이야기를 한다.
사도세자의 아내, 영조의 며느리, 정조를 낳은 어머니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을 살다간 그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공연은 9월28일 오후 7시30분 트라이보울 2층 공연장에서 열린다. 1만5000원.
▲박정주 트라이보울 운영팀장
트라이보울에서 진행되는 공연·전시는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박정주 트라이보울 운영팀장은 이 공간이 다채롭고 실험적인 공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정형화된 공연장과 전시장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것들을 여기에서는 공간을 사용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대로 조금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무대가 객석이 되고 객석이 무대가 될 수 있는 곳이 트라이보울입니다.”
트라이보울은 아름다운 외관으로 여전히 단순한 조형물로 오해를 받곤 한다.
“조형물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 공간을 알리고, 다변적인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는 무대 환경 개선 등 지역 예술가 지원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6년 트라이보울을 공연장으로 등록했지만, 음악 장비와 시스템은 지난 2010년 트라이보울 건축 당시에 마련돼 연식이 오래됐다.
“고가의 장비라 교체 작업이 매년 미뤄졌는데, 올해는 예산이 반영돼 스피커와 조명 시스템 교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오래된 시스템을 교체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트라이보울이 문화 벨트의 하나로써 지역 예술문화 발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송도는 아트센터 인천에서 트라이보울, 문자박물관까지 이어지는 문화도시입니다. 지역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넘어서 문화 벨트의 하나로써 트라이보울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찾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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