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의 슈테판 성당이나 쾰른 대성당을 보는 듯 유럽풍으로 지어진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트포레 상가가 들어선 건 2019년이었다. 공동주택 판매시설이면서 서해를 조망할 수 있고 시원하게 뻗은 보행로나 수변, 정원도 있어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3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기나 여러 상황 때문에 주인을 찾지 못해 비어있는 상가가 꽤 많다. 준공 후 한 번도 시설이 들어선 적 없이 노는 공간도 있다. 몇 년째 써 붙인 '임대문의'라는 안내는 황량했고 전체 건물 분위기를 침체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 송도 아트포레가 지금은 반짝거리는 활기를 띠고 있다. 연수문화재단이 '공실공실' 프로젝트를 기획해 낸 것이다. 9개의 공실을 각기 다른 예술 소재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건물 분위기 자체에 변화를 주고 사람들이 몰리게끔 하고 있다. 9팀의 예술인들 역시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도를 마음껏 펼칠 기회였다. 연수문화재단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각 공실 상가주들을 일일이 만나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인천에서 활동하는 작가 등 9팀을 공모해 창작 활동할 공간을 제공했다.
▲네거티브 랜드스케이프
아트포레 A동 106호에 거대한 온실과 사물들이 설치됐다. 홍유영 조소 작가는 도시 공간의 특정 장소와 음적 공간을 통해 보이지 않는 원칙들을 발견하고 확장해 보자는 의미에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컬러팝
색채를 매개로 예측을 뛰어넘고 미지의 영역을 탐험할 기회가 A-107호에서 펼쳐졌다.
백인교 디자인공예학 박사는 'COLOR.POP'이라는 프로젝트로 색깔의 변화를 통해 주민들에게 다가섰다. 알록달록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발랄하고 유쾌한 기분이 든다.
▲미래에서 ON 작은 미술관
송도국제도시 미술 하는 사람들의 모임 '송도미미아트'도 송도아트포레 한켠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일상적인 미술관이라는 콘셉으로 쉽고 친근하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작품들을 내 걸었다. 특히 이 공간은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거리를 준비해 큰 인기를 끌었다.
▲환상-읽기
사람의 온기 하나 없이 먼지 날리던 공실에 커다란 책 한권이 놓여있다. 누군가 스스로 활자가 되어 읽는 책, 환상-읽기가 A동 118호에서 진행됐다. 박이슬 작가는 새로운 질서, 논리, 배치를 실험하는 가능성의 영역을 환상으로 정의하고 예술을 다른 방식으로 읽어나가는 실천과 묶어내고자 했다.
▲ 텍스쳐스 오브 타임
연수문화재단과 협력 관계인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학생들도 이번 사업에 동참했다. 재학생들의 톡톡 튀는 감성과 그 세대의 성찰과 시대를 읽는 인식이 고스란히 예술작품으로 드러났다. 조유진·김재형 유타대 학생 작가의 작품과 인천 글로벌 캠퍼스 15명 학생 예술가 작품을 A동 121호에서 볼 수 있었다.
▲선(線) 선(禪) 프로젝트
인천대학교 대학원 학생들의 작품도 전시됐다. 획을 뜻하는 선과 무아의 경지에 도달하는 정신 집중의 수행 방법을 의미하는 선을 합한 선선 프로젝트다. 작가들은 끊임없이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자기 경험으로부터 비롯한 사람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공실에 에너지가 발산하는 순간이었다.
▲심心·심審·한 방
아무것도 없던 곳에 땅을 다지고 도로를 내어 건물을 세우고 호수와 공원이 들어서며 건설된 송도국제도시. 그 안의 새로운 집과 건물, 마을로 이뤄진 공간들 속에서 쌓인 시간처럼 공실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이지연 작가는 A동 131호에서 마음을 비우고 살필 시간을 주며 다시 나를 상상하게끔 유도했다.
▲예술의 저장 展
1996년에 창립해 3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는 연수구 예술인연합회는 명품 작품 전시회로 인기를 끌었다.
아트센터인천과 송도센트럴파크, 송도 아트포레를 주제로 한 작품에서부터 회화, 서예 등 각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순간과 빛이 전시됐다.
▲아파트 산수
송도국제도시 역시 다양한 아파트의 집단으로 특징되기도 하다. 아파트 작명 패턴을 들여다보면 우리 시대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이번 공실공실에 참여한 '문아트랩'은 아파트 이름과 브랜드를 가지고 대형 산수화를 만드는 작업을 주민들과 함께 진행했다. 과거 명승지나 풍경을 대신하는 아파트. 이제는 달라진 가치를 작품화해 산수를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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