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타임머신' 시민들에게 문 '활짝'


인천 미추홀구 승학산 자락에 위치
'화도진도' 근거로 7동 옛 모습 재현
올해부터 가천문화재단 위탁 운영
'달빛음악회'·'민속문화 축제' 개최
▲ 인천도호부관아 전경.
▲ 인천도호부관아 전경.

지금 우리는 행정사무와 민원업무를 보려고 시청이나 구청 같은 관공서에 간다.

옛날 사람들은 어땠을까. 조선시대 지방행정조직은 1413년(태종 13년)에 전국을 8도(道)로 나누었고 도밑에는 대도호부(大都護府)·목(牧)·도호부(都護府)·군(郡)·현(縣) 등이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 승학산 자락에 자리한 인천도호부관아가 바로 조선 시대에 행정을 담당했던 관청이다. 인천에 도호부가 설치된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424년 이전일 것으로 추측된다.

인천도호부에는 왕권의 상징인 객사를 비롯해 부사의 집무처인 동헌, 내동헌 등 15~16동의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현재는 문학초등학교 교정에 객사와 동헌 일부만 보존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인천도호부관아 건물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화도진도>를 근거로 객사, 동헌, 공수 등 7동의 건물을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2019년 10월 인천시는 인천도호부청사에서 인천도호부관아로 명칭을 변경했다.

 

▲ 인천도호부관아를 가득 매운 시민들의 모습.
▲ 인천도호부관아를 가득 매운 시민들의 모습.

▲역사가 흐르는 공간, 시민들 축제·체험 스폿으로

인천시는 조선시대에 건립돼 지금까지 남아있는 객사와 동헌의 일부 건물을 1982년 3월2일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했다. 올해가 지정 40년이 되는 해이다.

시는 현재 이 시설들을 시민에게 널리 개방하고 다양하게 활용하기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와 예술을 경험하고 옛 정취를 느껴 볼 수 있도록 맷돌, 다듬이 같은 생활 용품은 물론 북, 징, 꽹과리, 소고 등 전통악기를 비치했다. 특히 외줄 타기와 굴렁쇠, 연날리기, 제기차기, 팽이와 같은 우리나라 전통 놀이문화도 직접 즐길 수 있다.

 

▲ 인천도호부관아에서 전통 체험을 하는 아이들.
▲ 인천도호부관아에서 전통 체험을 하는 아이들.

▲더욱 확장하는 대시민 문화 서비스

인천시는 올해 인천도호부관아 위탁 운영사로 가천문화재단(설립자 이길여·이사장 윤성태)을 새롭게 지정했다. 인천도호부관아는 인천 시내에 있는 전통 관아 건축물로서 전통문화를 교육하고 인천의 역사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가천문화재단은 이 점에 집중하는 한편 그 저변을 대폭 넓혀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내려 한다. 인천도호부관아의 역사적 성격을 담은 새로운 행사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올해 초 코로나19 유행으로 대면 행사가 힘들던 시기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을 활용해 행사를 추진해 인천 시민들에게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연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개발해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올해 7월 처음 개최한 '제1회 인천도호부관아 달빛음악회'에는 3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아 여름밤의 공연을 즐긴 바 있다.

9월에 열린 '2022 인천도호부관아 추석맞이 민속문화 축제'에는 1000명 넘는 인파가 몰려 우리 전통문화를 만끽하고 누렸다.

 


 

[인터뷰] 윤성태 가천문화재단 이사장

“인천도호부 관아 체험할 축제형 행사 열 것”

▲ 윤성태 가천문화재단 이사장.
▲ 윤성태 가천문화재단 이사장.

가천문화재단은 평소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과 전통의 올바른 맥 잇기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인천도호부관아라는 역사 공간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자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가천박물관과 가천이길여산부인과기념관을 설립해 문화재 보존과 전시를 통해 우리 문화와 역사를 후대에 전달하는 데 일익을 담당해 온 그간의 활동과 궤를 같이하는 일이죠.”

윤성태(사진) 가천문화재단 이사장은 시민들이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을 최적의 장소가 바로 인천도호부관아라고 말했다.

“관아 시설로서 옛 인천도호부의 역사와 도호부사의 역할과 활동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인천도호부관아만의 색깔을 입혀 특성화하려고 해요.”

도호부관아를 맡은 이후 몇 차례 행사를 진행하면서 그는 시민들의 문화예술 갈증을 공감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생활의 전 분야에 있어 불편했겠지만 특히 문화활동을 즐기시는데 적지 않은 제약이 있었을 것입니다. 달빛음악회와 추석 축제 때 인천도호부관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을 보며 그동안 얼마나 욕구가 깊었을지 가늠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점차 대면 활동이 가능해지고 요즘에는 오전에만 200명이 넘는 어린아이들이 도호부를 찾고 있어 점차 정상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천문화재단은 11월5일 또 한바탕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11월5일 '제1회 인천도호부관아 축제'를 열어 관아 문화와 함께 전통 의복과 공예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며 실제 부부 2쌍이 현장에서 전통혼례를 올릴 예정이다.

“인천도호부의 관아로서의 성격에 초점을 맞춰 시민들이 인천도호부를 이해하고 관아와 관련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축제형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글·사진 장지혜·변성원 기자 jjh@incheonilbo.com

/인천일보·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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