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특수학교 정원부족 '심각'


올 고양·성남·화성 등 입학신청자 초과…일부 학생 일반학교 배치
도내 중증장애인 꾸준히 늘면서 진학 별따기 수준 이사 고민까지

자폐성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를 앙육하는 39세 이모씨는 본사와 통화에서 “내년에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며 “특수학교 가는 게 너무 힘들다. 이사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모씨가 거주하는 고양지역은 명현학교와 밝은학교, 한국경진학교, 홀트학교 등 4개 특수학교가 있다. 단일 지자체로 따지면 광주와 함께 경기지역에서 가장 학교가 많지만 매년 정원이 꽉 차 특수학교에 가지 못하는 장애 학생이 생기고 있다.

올해도 입학정원이 총 88명에 달했지만, 107명의 학생이 입학신청을 했다. 결국 13명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배치됐고, 나머지 6명은 김포 등 인근지역 특수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고양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최근 3~4년째 계속해서 특수학교 정원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정원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특수학교를 희망하는 학부모는 꾸준히 많다”고 말했다.

성남지역도 올해 처음 특수학교 입학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했다. 초등학교 입학생을 12명까지 받을 수 있는 성은학교를 17명이 희망한 것이다. 또 다른 특수학교인 성남혜은학교도 12명의 정원이 꽉 찬 터라 결국 학교 특별실을 긴급히 교실로 바꿔 학급을 늘렸다.

화성시는 처음으로 한우리학교, 해원학교, 화성나래학교 등 3개 특수학교 중학교 과정 정원이 가득 찼다.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신청하며 일부 학생은 다른 지역 특수학교로 가기도 했다. 화성교육지원청은 화성나래학교 중학교 1학년 학급을 2개 증설하기로 했다.

▲ 지난해 6월23일,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 추진위원회는 시흥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했다. /인천일보DB
▲ 지난해 6월23일,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 추진위원회는 시흥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했다. /인천일보DB

여기에 앞으로 특수학교 정원 부족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증장애인 수가 매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받는데 어려움을 겪는 중증장애인 학생이 늘어나며 경기지역 곳곳에서 '특수학교 정원 부족' 문제가 생기고 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먼 거리 불편도 인내하며 특수학교를 보내려는데, 그마저도 불가능한 것이다.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중증장애인(2018년 이전 장애등급 1~3급, 장애등급제 폐지 후 장애정도 상 심한장애로 판정받은 사람)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 2016년 20만211명이던 중증장애인 수는 2017년 20만3930명, 2018년 20만7797명, 2019년 20만9835명, 2020년 21만1870명으로 늘었다. 그러면서 특수학교를 가고 싶지만 정원이 부족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특수학교를 희망하는 아이 대부분은 일반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중증 장애인”이라며 “앞으로도 정원부족 문제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학교 신축은 지역주민 반발 등으로 어려워 근본적인 문제해결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친구들은 어떻게 학교 교육을 받나요?

한국은 장애를 안고 있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크게 일반 학교 특수학급과 특수학교 두 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은 '통합형 교육'에 맞춰 일반인 친구들과 함께 듣는 수업이 많다. 함께 받을 수 있는 수업은 원반(일반학급)에서 듣고, 다소 어려운 내용은 맞춤형 교육을 위해 특수학급에서 받는다. 주로 경증 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경우가 많다.

반면, 특수학교는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수업을 받기 어려운 학생이 주로 간다. 장애를 안고 있는 학생들만 입학하고 교육과정 등이 장애학생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 장애 학생이 주로 간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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