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수입 조차 사치가 돼버렸다


작품 수입보다 기관·단체 강의 통해
생계 이어왔지만 그마저도 끊기면서
물류 상하차·배달 등 알바로 버티기
시민 문화활동 단절만큼 피해 목소리

거리의 음악이 끊겼다. 달콤한 팝콘 냄새가 감싸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영화관은 서늘하다. 주말이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던 여유도 과거의 일이 됐다. 골라 보던 다양한 공연 무대들은 실황이 아닌 한 차원 건너 뛴 영상으로 즐길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가 휩쓴 지난 한해 문화예술계의 모습이다. 2020년은 문화예술계의 암흑기로 남을 듯하다. 특히 문화를 이끄는 예술인들에게 코로나는 치명적이었다.

인천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김모(36)씨는 코로나 이후 기타를 놓았다. 주 수입원이었던 실용음악학원 수강료가 학원생이 줄며 사실상 끊겼기 때문이다. 알음알음 들어오던 각종 축제와 행사에서 연주하고 받았던 부수입도 사라졌다. 수년간 이 바닥에서 쌓아온 인맥은 코로나 앞에서 큰 쓸모가 없었다.

그는 “모아둔 돈을 아껴가며 버티고 버티다 더 이상 기타로 돈 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물류 상하차, 배달 등 여러 알바를 병행하고 있다”며 “나이 때문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안전하고 수입이 괜찮은 알바가 잘 안 구해지더라. 올해는 코로나가 좀 풀렸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말했다.

예술인들의 생계고는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중 23.9%는 경력단절을 경험했고 이처럼 예술 활동을 포기한 이유로 '수입 부족'(68.2%)을 꼽았다.

인천 한 문인단체 관계자는 “작가들은 저작권으로 버는 돈보다 지자체나 여러 문화 관련 기관 단체에서 하는 프로그램 강의로 버는 수입이 큰데, 코로나로 프로그램이 다 취소돼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업 예술인이 적은 이유도 결국 소득과 관련 있다. 같은 조사에서 전업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인은 10명 중 5~6명(56.4%)에 불과했다. 결국 예술인들은 작품 활동과 별개로 시간제, 일용직 등으로 일하며 예술 활동을 펼쳐 왔는데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이들의 일자리마저 위협하며 예술인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인천문화재단이 지난해 8월 벌인 문화예술분야 코로나 피해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예술인 167명 중 160명(96%)이 예술 활동 피해를 호소했다. 동시에 응답한 일반 시민 150명 중 145명(96%)이 문화예술 시설 방문을 줄이거나 중단했다고 답했다.

코로나가 변화시킨 일상에서 오는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는 일반 시민들이 평소 접하던 문화예술 활동이 끊겨 버린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종식 후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여행'(69.6%)을 원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고 '문화'(13.3%) 활동이 두 번째를 차지했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데 문화와 관광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 역시 73.1%를 차지했다.

문화관광연구원은 “2021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면 문화예술 및 문화시설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코로나를 계기로 확대된 온라인 수요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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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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