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경사로 없고 계단뿐
불편하고 위험한 리프트만 '달랑'

출입 가능 통로 뒷줄 2개뿐
맨 뒤 휠체어석은 무대 잘 안 보여
시상식 땐 무대로 이동 힘들어
▲ 안성시가 장애인 편의를 위해 경사로 대신 리프트를 설치(왼쪽)했지만 위험성 탓에 지역 장애인 불만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경사로가 없어 맨 뒷자리에 위치한 휠체어석에선 거리가 멀어 공연자 분간이 어렵다(오른쪽).

“일반인에게 불편함이 없는 계단도 우리에겐 커다란 장벽이 됩니다.”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공연과 전시회를 관람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겐 험난한 여정이 된다.

16일 지역 장애인단체 관계자들과 동행한 안성맞춤아트홀.

안성맞춤아트홀은 현수동 80번지 일원 1만4928㎡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국비 23억원, 시비 600억원 등 모두 651억원을 투입해 2017년 8월 준공됐다.

아트홀은 지역 예술인 공연 등 창작활동에 기여하고자 소공연장(303석)과 대공연장(991석), 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날 아트홀 공연장 입구에 들어서자 장애인 편의를 위한 경사로는 없었고, 관객석 양옆에 있는 계단만 보였다.

대공연장은 휠체어석을 포함해 총 991석을 갖추고 있다.

비상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비상통로 2개와 출입문 등 총 4개가 있었지만, 장애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통로는 뒷 열 2개뿐이다.

시야 확보에 유리한 앞 열과 중간 열을 드나들 수 있는 나머지 2곳은 일반관객들만 출입할 수 있다.

경사로가 없기 때문이다.

1층 18열 가장 마지막에 있는 휠체어석은 좌우 5석 총 10석이 있었는데, 안성 지역 장애인 대부분이 고령임을 고려하면 시야 확보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마침 아트홀 직원이 무대 점검을 하고 있어 휠체어장애인석과 무대 간 거리를 체크했다.

일반인이 휠체어석에서 무대를 바라봤을 때 시력이 좋지 않다면 얼굴 등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지역 장애인단체장 A씨는 “공연을 관람할 때 무대 출연진의 형체만 보일 뿐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면서 “특히 행사에 참여해 애국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기 전 참석자 모두 일어나는데 그 시간 동안 장애인은 앞열에 있는 사람들 뒷모습만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2017년 장애인 편의법에 따라 출입구와 피난통로에 근접하게 휠체어석을 설치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2018년 2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 편의법)을 개정, 공연장의 경우 휠체어사용자 시야 확보를 위해 중간 줄 또는 제일 앞줄 등 무대가 잘 보이는 곳에 휠체어석을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피난통로가 뒤 열에만 있을 경우 제일 뒤에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해 기존 장애인 편의법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안성 지역 장애인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경사로를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트홀 내 대공연장, 소공연장 등에는 경사로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고 리프트를 이용해야만 중간 열과 앞 열, 무대로 갈 수 있었다.

리프트를 이용해 휠체어에 탑승한 장애인 1명을 태우면 앞 좌석이 있는 무대까지 평균 2분이 소요됐다.

장애인 10명이 축사 또는 시상식과 공연 등에 직접 참여한다면 20분 이상 걸리는 셈이다.

타 지자체의 경우 완만한 기울기로 인해 임시 경사로를 설치하고 있지만, 아트홀은 그렇지 않다.

가파른 경사는 물론, 경사로 설치 기준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휠체어 경사로는 유효 폭 1.2m 이상, 기울기는 12분 1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평지에서 높이 1m의 목표 장소로 가기 위해선 시작점으로부터 12m 길이의 경사로가 필요하다는 것.

아트홀 공연장은 각도가 높아 이보다 3배 이상 길이의 경사로를 설치해야 하므로 경사로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축사나 시상을 이유로 공연장에 방문하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장애인들이 무대로 못 가고 휠체어석에서 시상한 적도 있다”며 “경사로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장애인은 물론 축사 등 무대에 오를 경우를 위해 의무화로 지정됐는데 불편하고 위험한 리프트만 설치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경사로 대신 리프트를 설치했고 한 달에 한번 점검을 하고 있다. 공연장 각도가 너무 높아 경사로 설치는 힘든 상황이며 임시 경사로를 설치한다고 해도 5~6개월 휴관에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지역 장애인들을 위해 대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안성=최화철 기자 Bloody@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