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몰라서 미지원 속출…대책 요구해도 “어렵다” 답변만
'지역 서민과의 상생'을 앞세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가치가 수원 고등동 개발 사업에서는 실종됐다.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도 따르지 않은 LH로 인해 많은 원주민은 지원 제도를 활용조차 못 하고 주저앉았다. <인천일보 6월3일자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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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민권익위원회와 LH 등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2019년 1월 LH에 '생활대책신청제도' 폐지를 권고했다.
대상 자격이 있음에도 신청 기간을 제때 알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LH는 우편, 고시 등을 통해서 접수 기간을 원주민들에게 통보하고 있다. 이사했거나, 주소지가 아닌 타지에서 기숙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알 길이 없다.
실제 수원 고등동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에 해당하는 원주민 107명도 동일한 이유로 접수하지 못했다.
신청제도를 폐지하면, 접수일을 알지 못해 불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는 권익위의 권고만 따랐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LH는 원주민들의 건물 소유 여부 등 대상자 선정을 위한 근거자료를 갖고 있다.
이 자료를 활용해 충분히 대상자를 선별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권익위가 전국 LH 사업단 등을 조사한 결과, 2019년 초에도 이런 방식으로 생활대책대상자를 선정하고 있었다.
고등동 개발현장은 상가분양을 앞두고 있다. 생활대책대상자 선정 절차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는 권익위가 구제할 명분이 있으나 분양에 돌입하면 어떻게든 도울 방법이 없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분양을 시작하기 전 상황에서만 LH와 협의 등을 통해 원주민들의 피해를 복구해 줄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주민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2월부터 권익위 권고를 토대로 107명에 대한 재신청 등 대책을 LH 사업단 측에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러나 '찾아보겠다', '어렵다'는 등의 원론적인 답만 돌아왔을 뿐이다.
한 원주민은 “LH가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아 권익위 자료, 판례 등을 뒤져 찾아가 따졌다”면서 “대책을 세워줄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약속을 계속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자, 원주민들은 LH가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내는 중이다.
LH는 지침대로 대상자에게 7~8평 상가 및 용지를 순위별로 감정가 또는 낙찰가로 주기로 했는데, 미접수 탈락자 107명이 모두 추가 대상자가 된다면 최대 700여평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 인근 평당 시세가 상가의 경우 평당 2500만원정도라는 점을 본다면 최대 175억, 최소 17억원(107명 중 10%인 약 10명·70평 기준)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원주민들이 설명이다.
결국 LH는 이달 원주민들이 수차례 사업장을 찾아가 항의를 하자 추가 접수계획을 뒤늦게 마련한 상태다.
LH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고, 절차대로 진행했다. 우리가 이익을 보기 위해 일부러 신청자를 줄인다는 내용은 말이 안 된다”며 “원주민들과 협의를 계속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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