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개발사업마다 원주민과 마찰
“합법적으로 땅 뺏을 권한 가진 것”
시민사회·전문가 법 재정비 촉구

“악행이 끊이지 않는 LH는 해체가 답이다.” (시민단체 관계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기도 곳곳의 개발 사업에서 '보상 약속'을 어기는 등 원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LH 폐해를 속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한다.

<인천일보 6월 3·4일자 1·3면>

4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수원을 비롯해 과천, 남양주, 고양 등지에서 원주민과 LH 간 분쟁이 일고 있다.

LH는 2006년 수원 고등사업지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활대책대상자에게 상가 등을 감정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당시 '2006년 내부업무 지침'도 동일하다.

하지만 최근 2012년 지침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감정가가 아닌 낙찰가로 준다고 통보했고, 주민들은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남양주 양정역세권 복합단지 개발사업 지구 내 주민들도 집단반발 중이다. 앞서 LH는 원주민에게 공공주택 등을 조성 원가에 공급하기로 했다. 세 차례에 걸쳐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고, 주민설명회도 했으나 최근 감정가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알렸다.

이처럼 LH가 지원 내용을 갑자기 뒤바꾸는 일이 잇따르는 주된 이유는 제도 자체가 법의 '사각지대' 속에 있기 때문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일명 토지보상법에는 사업시행자가 생활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그렇다 보니 현재 LH가 운영하는 생활대책 제도도 법적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내부 지침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수원 고등지구 사례 등 언제든지 고무줄처럼 변경할 수 있다.

또 법적으로 정한 이주보상비는 감정가 30% 수준으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실제 LH 과천사업단이 2011년 갈현동 일대에 '과천지식정보타운 건립사업'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원주민들은 보상비가 낮게 책정됐다고 하소연했다.

원주민과 시민단체 중심으로 이런 문제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수년째 터져 나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신창현 국회의원이 '사업시행자의 생활대책 의무화' 내용이 담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 문턱도 못 넘었고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LH 등 공공개발사업 시행자는 독점개발권과 토지강제수용권, 토지용도 변경권 등을 갖고 있다. 즉, 시민들의 땅을 합법적으로 뺏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라며 “반면 내쫓긴 서민들을 보호할 수단은 없다.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하고, LH가 계속해서 말 바꾸기 등 악행을 저지른다면 해체하는 게 답이다”고 밝혔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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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낙찰가 '황당한 변경지침'…원주민만 피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원 고등동 일대 개발 사업의 '생활대책제도' 논란에 내놓은 해명이 결국 원주민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로 이뤄져 적격성 의문을 낳고 있다.3일 LH와 국토교통부, 고등지구 상가조합 등에 따르면 원주민들이 LH에 항의하는 내용의 주요 골자는 2008년 주민설명회에서 약속한 '2006년 업무지침'을 이행하라는 것이다.해당 지침을 적용했을 때, 생활대책대상자 1~2순위(건물주)는 상가 등을 감정가로 받는다. 그런데 LH는 2012년 새롭게 개정한 지침을 원주민들에게 적용하고 있 LH가 외친 '서민과 상생' 수원 고등동 원주민엔 없었다 '지역 서민과의 상생'을 앞세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가치가 수원 고등동 개발 사업에서는 실종됐다.국민권익위원회 권고도 따르지 않은 LH로 인해 많은 원주민은 지원 제도를 활용조차 못 하고 주저앉았다. <인천일보 6월3일자 1·3면>▶관련기사 3면3일 국민권익위원회와 LH 등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2019년 1월 LH에 '생활대책신청제도' 폐지를 권고했다.대상 자격이 있음에도 신청 기간을 제때 알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LH는 우편, 고시 등을 통해서 접수 기간 개발만 하면 장땡? 주민 약속 버린 LH “주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었다.” 수원 고등동 원주민들.수원 고등동 일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대규모 개발 뒤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유망주'라는 새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자리를 내어준 원주민들이 가진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최근 고등동 원주민들이 개발 현장을 수시로 찾아와 “약속을 지키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상가 등을 분양원가에 준다는 약속을 믿고 떠났는데, LH가 갑자기 발뺌했다는 이유다.▶관련기사 3면2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LH는 2006년 1월27일 36만1803㎡ 규모의 수원 고등동 일대가 & LH, 말바꾸기 이어 수상한 지원…결국 앓는 건 원주민 수원 고등동 일대 개발 사업 주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원주민을 상대로 한 지원 방식은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앓는 쪽은 원주민이다.원주민 A(58)씨는 2000년부터 고등동 사거리 한 건물을 임차해 인력사무소를 운영했다. 큰돈은 벌지 못했지만 수년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가정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2006년 A씨 건물이 LH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내에 포함된다는 소식을 접하자, 사람 간 신뢰관계로 수익 여부가 결정되는 인력사무소 특성상 자리를 옮길 것에 걱정부터 앞섰다.그는 이주가 시작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