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고등동 주거개선사업
LH, 2008년 설명회 “감정가 공급”
지금 '낙찰가로 제공' 입장 바꿔
“2012년 업무지침 변경” 황당 답변

감정가 50% 이상 비싼 낙찰가
원주민 “생활보상대책 수립 당연”
LH “약속 자체가 사실 무근”
▲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고등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원주민들과 상가용지 분양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단지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주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었다.” 수원 고등동 원주민들.

수원 고등동 일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대규모 개발 뒤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유망주'라는 새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자리를 내어준 원주민들이 가진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최근 고등동 원주민들이 개발 현장을 수시로 찾아와 “약속을 지키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상가 등을 분양원가에 준다는 약속을 믿고 떠났는데, LH가 갑자기 발뺌했다는 이유다.

▶관련기사 3면

2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LH는 2006년 1월27일 36만1803㎡ 규모의 수원 고등동 일대가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으로 지정되자 아파트 등을 짓는 개발을 본격 추진했다.

해당 구역은 노후·불량건축물이 과도하게 밀집해있어 정비 사업이 요구됐다. 이를 통해 지역은 발전하게 되지만, 문제는 건물 철거로 쫓겨나는 원주민들이었다.

다행히 원주민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개발주체가 원주민들에게 사업 완료 이후 지구 내 부지나 건물을 원가(감정가)에 제공하는 '생활대책대상자 지원' 제도가 있었다.

LH도 전국 각지의 개발 사업에서 이용해온 방법이다. 원주민들은 이곳에서도 도입됐었다고 한다. 실제 LH가 2008년 11월 연 '주민설명회'에서 생활대책대상자(1~2순위)에게 상가와 건물을 감정가로 우선 분양한다는 내용이 다뤄졌다.

하지만 지금의 LH 입장은 전혀 다르다. 감정가가 아닌 낙찰가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LH는 그 사유로 '2012년 내부 업무지침이 변경됐다'는 황당한 답을 내놨다.

대개 감정가보다 낙찰가가 최소 50% 이상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시 고향에서 터를 잡으려는 원주민들은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주민들은 이 사실조차 LH가 올해 1월 등기 등으로 생활대책대상자에 관해 안내하면서 뒤늦게 알았다. '2008년 주민설명회' 이후 12년이 흐른 시점이다.

LH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원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연 적이 없다. 2012년 불안한 원주민들이 대표기구를 만들어 협의를 요청한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LH는 약속 자체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원주민들은 답답한 가슴만 치고 있다.

그러나 2006년 LH의 사업 추진계획, 보상방안, 생활대책 대상자 선정 기준 등을 담은 업무지침을 보면 1~2순위에 상가 또는 용지를 감정가에 제공하는 내용이 있다.

원주민들이 LH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반박하는 이유다.

원주민들로 이뤄진 고등지구 상가조합 관계자는 “재개발, 주거환경개선사업 원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생활대책 보상”이라며 “건물을 짓고 수십년 살아온 터전을 떠나는데 보상계획을 수립한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LH는 원주민들에게 2006년도 지침을 적용해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2008년 연 설명회에서 사업개요를 설명했으나 대상자 선정기준이라던지, 토지 제공 등에 대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지침은 지침일뿐 원주민들이 주장하는 근거 자료도 없다. 원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생활대책대상자란?

-대규모공공개발로 이전하는 원주민 돕는제도

재개발,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대규모 공공개발로 불가피하게 거주지나 영업장을 이전해야 하는 원주민의 추후 생활대책을 돕기 위한 제도다. 통상 거주자, 상인 등 성격에 맞게 상가부지, 주거부지 등을 우선순위로 제공한다. 우선순위는 건물 소유 여부 등에 따라 나뉜다. 상인의 경우 1순위는 사업 지구 내 소유건축물에서 영업을 한 자. 2순위는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을 소유하거나 임차인에게 건물을 임대한 자이다. 3순위는 타인 소유의 건축물을 임차해 영업한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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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말바꾸기 이어 수상한 지원…결국 앓는 건 원주민 수원 고등동 일대 개발 사업 주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원주민을 상대로 한 지원 방식은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앓는 쪽은 원주민이다.원주민 A(58)씨는 2000년부터 고등동 사거리 한 건물을 임차해 인력사무소를 운영했다. 큰돈은 벌지 못했지만 수년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가정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2006년 A씨 건물이 LH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내에 포함된다는 소식을 접하자, 사람 간 신뢰관계로 수익 여부가 결정되는 인력사무소 특성상 자리를 옮길 것에 걱정부터 앞섰다.그는 이주가 시작된 LH가 외친 '서민과 상생' 수원 고등동 원주민엔 없었다 '지역 서민과의 상생'을 앞세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가치가 수원 고등동 개발 사업에서는 실종됐다.국민권익위원회 권고도 따르지 않은 LH로 인해 많은 원주민은 지원 제도를 활용조차 못 하고 주저앉았다. <인천일보 6월3일자 1·3면>▶관련기사 3면3일 국민권익위원회와 LH 등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2019년 1월 LH에 '생활대책신청제도' 폐지를 권고했다.대상 자격이 있음에도 신청 기간을 제때 알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LH는 우편, 고시 등을 통해서 접수 기간 “LH는 해체가 답이다” “악행이 끊이지 않는 LH는 해체가 답이다.” (시민단체 관계자)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기도 곳곳의 개발 사업에서 '보상 약속'을 어기는 등 원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논란이다.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LH 폐해를 속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한다.<인천일보 6월 3·4일자 1·3면>4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수원을 비롯해 과천, 남양주, 고양 등지에서 원주민과 LH 간 분쟁이 일고 있다.LH는 2006년 수원 고등사업지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활대책대상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