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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주년] 30년 꼬박 인천일보 구독한 남영신 명월집 대표

"날 때부터 지켜봤지 … 대들보로 성장해 든든"

2018년 07월 13일 00:05 금요일
▲ 남영신(66) 명월집 대표가 인천일보를 펴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남 대표는 인천일보 창간부터 30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구독한 열성 독자다. 남 대표는 "인천일보는 이제 중구의 대들보"라며 "앞으로 쭉쭉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 남영신 대표가 운영하는 명월집은 1966년부터 인천 중구 중앙동 3가에서 3대째 자리잡고 있다.
새콤한 김치찌개 냄새가 가득 올라왔다. 백반집은 푸근한 기운을 두르고 있었다.지난달 28일 인천 중구 중앙동 3가를 반세기 넘게 지킨 '명월집'을 찾았다.

인천일보를 30년간 하루도 빼지 않고 지켜본 분이 명월집을 꾸리고 있다."몇 명이냐"는 물음에 "남 선생님을 뵈러 왔다"고 답하곤 자리에 앉았다. 식당 벽면에는 명월집을 이름 높은 3대째 김치찌개 백반집으로 소개하는 기사가 잔뜩 붙었다.

2012년 6월 조우성 전 인천일보 주필이 썼던 칼럼 '명월집·우리옥·평양옥'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명월집은 인천일보 본사에서 400m쯤 떨어져 있는 '이웃사촌'이다. 1966년 문을 열었다. 인천일보가 서른을 맞이한 청년이라면, 명월집은 인생 경험 지긋한 옆집 이모쯤 될까.

남영신(66) 명월집 대표는 인천일보라는 태아가 청년이 될 때까지의 모습을 모두 지켜본 열성 독자다. 기자가 꾸벅 인사하며 "인천일보의 이웃 누님이시다"라고 말하자, 남 대표는 "감히 그럴 수 없다"며 웃음 지었다. 남 대표에게 인천일보의 30년과 가야할 길을 물었다.


▲"인천 소식은 인천일보에서"

남 대표는 1976년 경주에서 인천으로 시집왔다. 결혼 후 명월집을 물려받아 운영 중이다. 명월집은 3대째 역사 깊은 백반집이다. 과거 인천 중구 개항장 일대가 인천의 중심일 때, 자연스럽게 지역 주요 인사들이 드나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에게 신문은 기본 교양이었다. 그들은 따뜻한 밥 한 그릇 시켜놓곤 '신문 어디에 있느냐'고 남 대표에게 묻곤 했다. 지금까지도 개항장 근처에서 기거하는 어르신들이 명월집을 찾아와 자연스럽게 인천일보를 펼치고 있다. 남 대표는 1988년 7월15일 창간과 동시에 구독하기 시작해 인천일보와 전국지 2부를 함께 보는 중이다.

"인천시청 공무원, 대기업 사원, 고위 경찰관. 다들 우리 집에서 식사하며 회의를 하셨죠. 인천일보 없느냐고 묻는 분이 정말 많았어요. 먼저 신문을 차지하는 분들이 임자일 정도로 인기도 많았고요. 인천일보를 보면 인천과 경기도 소식을 모두 알 수 있었지요."

남 대표도 자연스럽게 신문을 접하고 있다. 남 대표는 매일 인천일보의 1면을 본 뒤, 10~11면에 위치한 사설로 신문을 넘긴다. 그 후 문화면과 주요 행사가 실리는 인물면을 본다. 남 대표는 지역과 가장 밀착된 신문, 인천을 가장 많이 드러내고 있는 신문이라 인천일보를 본다고 말했다.

"어떤 신문을 보냐고 묻는 손님에게 꼭 지역신문을 보라고 말하고 다녀요. 인천 이야기를 담은 신문을 봐야 요즘 인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신문을 보면 송도와 청라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이고, 중구가 어떻게 바뀌는 지 알 수 있지요. 항상 꼼꼼하게 다 보려고 노력해요."


▲"인천일보 식구들 식사도 책임졌다"

명월집은 인천일보 직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법한 곳이다. 싼 값에 김치찌개를 많이 먹을 수 있고, 반찬도 계절에 따라 풍성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과거 인천일보가 석간이었던 시절, 기자들이 삼삼오오 몰려가 명월집에서 아침을 먹곤 했다. 남 대표는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굳이 내가 인천일보 기자요, 이렇게 말한 손님은 없었어요. 그저 대화를 들어보면 인천일보 사람이구나, 그렇게 짐작할 수 있었죠. 아침밥을 먹으러 많이 오셨지요. 안쪽 방에서 회의도 하셨어요. 예전에 자주 찾아오시던 부장님이 기억나네요. 키가 크지 않았고 아담한 분이었어요. 머리숱이 많이 없으셨고, 안경을 끼신 걸로 기억해요. 이제는 은퇴하셨다고 들었어요."

명월집은 인천일보 지면에도 등장했다. 인천일보 사람들이 숱하게 갔던 밥집이니 당연했다. 김경수 전 인천일보 문화부장이 쓴 1999년 12월9일자 기사 '추억속 풍로불에 데운 김치찌개'는 명월집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김 전 부장은 '은은한 석유풍로로 끓여내는 구수한 찌개맛', '돼지고기 맛이 알맞게 우러난 얼큰한 국물이 일품', '3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원칙은 음식 재료를 최상품으로 쓰되 손님상은 푸짐하게 차려 낸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사에 쓰여 있던 원칙과 맛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저희 집으로선 영광이지요. 사실 기사가 나기 전까지 취재 오는 줄도 몰랐어요. 조용히 식사하시고 가시더니, 신문에 기사가 실렸더군요. 예전에도 간혹 기사를 내주시곤 했어요."


▲"인천일보는 대들보 같다"

인천일보와 명월집이 위치한 중구 개항장은 1883년 제물포 개항부터 1980년대까지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모든 분야에서 인천의 중심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람도, 돈도, 공공기관도 몰린 지역이었다.

하지만 인천시청이 1985년 중구에서 남동구 구월동으로 이전하면서, 개항장은 쇠퇴를 거듭했다. 많은 가게들이 명멸할 때, 명월집은 변치 않는 맛과 넉넉한 인심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남 대표는 그 시기를 '섭섭했다'고 표현한다.

"정말 아쉬웠어요. 기업이나 관광서가 모두 빠져나간 뒤, 여기를 어떻게 활용할 지 계획이 있었어야 했거든요. 무조건 옮기는 건 좀 이기적이지 않나, 이런 생각도 했죠. 정말 섭섭한 시기였어요. 그래도 다행히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 타격은 덜했어요."

인천일보도 명월집과 함께 중구 개항장을 지키며 '섭섭한 시기'를 감내했다. 그동안 인천일보 내부에서 사옥을 옮기자는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실제로 사옥을 매수하겠다는 사업가나 업체가 나타나곤 했다. 그때마다 인천일보 직원들은 상징성 있는 자리를 쉽게 내줘선 안 된다며 '사옥 지키기 운동'을 벌였다. 남 대표는 인천일보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다른 관공서는 사람 따라 모두 옮겨갔어요. 인천일보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상황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굳이 그 자리에서 꿋꿋하게 지키고 있지요. 인천일보가 떠나면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도 했어요. 인천일보는 이제 중구의 대들보라고 생각해요."


▲"어엿한 성인, 무게 있는 기사 써 주길"

명월집은 52년 역사를 자랑한다. 사람으로 치면 중장년쯤이다. 반면 인천일보는 막 30살이 된 청년에 가깝다. 지역 선배로서 인천일보의 태동부터 지켜 본 남 대표의 심정은 남다르다. 남 대표는 인천일보가 어엿한 성인으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내길 바라고 있었다.

"이제 서른 살이면 중년이라고 해도 좋을 나이지요. 예전에 비하면 면도 늘었더군요. 그만큼 기사거리를 찾아다닐 기자도 늘었고 재정도 단단해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인천일보가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사하고 안도감도 느꼈지요."

그래도 부족한 점은 있다. 남 대표는 조심스럽게 인천일보가 전국지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라고 했다. 기사의 호흡이 너무 짧다는 뜻이다. 한 가지 사안을 넓고 깊게 다루기보다, 조각조각 여러 기사를 이어붙인 것 같다는 속내가 읽혔다.

"좀 가벼운 기사거리를 많이 다루는 것 같아요. 무게 있는 기사를 썼으면 해요. 특히 쓰지 않아도 될 기사도 지면에 올라있다고 생각해요. 지면을 채우기 위한 기사도 없잖아 있다고 보고요. 그래도 잘 하고 있어요." 남 대표는 마지막으로 인천일보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명월집 누님'이 동생뻘인 '인천일보'에게 보낸, 김치찌개만큼 시원한 격려였다.

"신문을 보면 글을 익힐 수 있고, 사회 현상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요. 젊은 세대들은 꼭 신문을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인천일보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무게감 있는 신문이 되면 좋겠네요. 무엇보다 서른 살답게 체계를 잡았을 테니, 앞으로 쭉쭉 나아가기만 하면 될 거라고 봐요."

/글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사진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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