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일부 구(區) 이름이 역사성에 맞게 바로 고쳐진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천발전연구원 용역이 마무리단계에 있다하니 결과를 기대해 볼만하다. 인천은 현재 10개 군·구가운데 방위 개념의 이름을 사용하는 곳은 중구·동구·서구·남구 등 4곳이다. 과거 행정편의주의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현 중구청 자리에 있던 시청사를 기준으로 방향별로 동구, 남구, 서구 등으로 정했다.

그러나 시청이 지난 1985년 남동구 구월동으로 옮긴 뒤에는 실제 방위와도 맞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구 이름을 바꿀 경우 서구는 연희·검단·서곶구, 중구는 제물포구, 동구는 송림·화도진구, 남구는 미추홀·문학구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모두 지역의 역사성과 대표성을 갖고 있는 이름들이다.

이름 변경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남구다. 남구는 인천의 남쪽에 있지도 않고, 그렇게 불러야 할 역사적 연고도 없다. 남구는 2000여 년 전 비류가 도읍으로 정한 인천의 발상지이자, 임진왜란 때 문학산성을 통해 적을 물리친 호국의 장소다. 그런데 역사와 긍지를 살리는 이름을 갖지 못해 안타깝다.

구 이름을 바꾸려면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공기관 간판과 도로 표지판을 바꾸고, 각종 서류상 표기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수십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해당지역 주민 의견이다. 행정자치부 행정구역 실무편람에 따르면 해당 기초단체 거주 세대의 절반 이상이 조사에 참여하고, 이중 3분의2가 찬성해야 개명 작업이 가능하다. 이후 지방의회 의견 청취, 행정자치부 승인, 법제처심사, 국무회의 승인 등이 뒤따른다.

인천은 현재 정체성 찾기와 가치 재창조사업이 한창이다. 도시의 정체성은 고유의 이름에서 부터 출발한다. 이름 변경을 놓고 각 구별로 사사로운 실익을 따져 볼 수 는 있으나, 먼 미래를 위해서 잘못된 것은 바꾸는게 맞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해관계도 존재 할 수 없다. 이왕 시작한거 이참에 구 이름을 확실히 바로잡자. 이치에 맞지 않는 이름을 모른채 사용하는게 후손들에게 더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