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임금 조례' 반대·보류 … '경제부시장 거주제한 폐지'는 통과
인천시와 인천시의회가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생활임금' 조례를 사실상 거부했다. 시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에게 적용될 시간당 '1000원' 수준의 임금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시의회는 경제부시장의 거주 제한을 폐지하는 조례안도 지역 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통과시켰다.

인천시의회 산업위원회는 27일 '생활임금 조례'를 심의한 결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위는 임금 인상으로 인한 재정적인 어려움과 생활임금에 대한 상위법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의원들은 조례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이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병만(민·비례) 의원은 "시 재정이 어려움에 처해있으니 관련부서와 적극적으로 업무를 협의해 추진하라"고, 정창일(새·연수 1) 의원은 "시행에 따른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활임금 조례는 서울시, 경기도, 세종시 등 광역자치단체와 기초단체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출자·출연기관과 기초단체까지 확대 시행하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대신 지역 물가와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임금을 내세워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생활임금은 대부분 자치단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에게만 적용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민간기업까지 확대되고 있다.

시는 조례안 심사 과정에서 재정난을 들어 제도 도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시는 그동안 조례안 담당 부서를 두고 '핑퐁게임'을 벌이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보여 왔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를 시와 시의회가 외면하는 모양새다.

한편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경제부시장의 거주 제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경제부시장 자격 기준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신영은(새·남동 2) 의원은 "글로벌 시대에 맞게 인재 등용 폭을 넓히고 지역 현안을 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배국환 시 경제부시장은 임용 과정에서 주소지 이전 문제로 고발당했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조례안이 앞으로 부시장 임용 과정에서 걸림돌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어왔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이를 '개악'으로 보고 "시의회가 집행부 견제를 포기한 것"이라며 "지역 정체성을 훼손하는 조례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해 왔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