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통公 납세 보증 동의 등 안건 처리 쓴소리
정무부시장 → 경제부시장 '조직개편' 불통 발단
도시계획 변경·채무보증 등 중대안 부결 이례적"
시 "시의회 지적 감안…의장단과 대화 자리 마련"
▲ 지난달 31일 인천시의회 제223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노경수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노 의장은 이날 인천시 집행부의 소통 부족을 질타했다. /사진제공=인천시의회
지난달 31일 개최된 인천시의회 제223회 임시회. 하루 동안의 '원포인트(One Point)' 의회는 인천시 집행부에 대한 성토로 가득했다. '인천교통공사 법인세 등 부과에 따른 납세 유예를 위한 지급보증 동의안'을 비롯해 그동안의 안건 처리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반복되는 시의회의 질책을 발단부터 짚어본다.

▲조직개편 부터 시작된 '불통'
시의회는 올해 1월1일자로 정무부시장이 경제부시장으로 바뀐 '조직개편'을 불통의 시작으로 지목하고 있다.

당시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제출해 시의회의 심사를 받으려 했다. 시의회는 바로 제동을 걸었다. 정무부시장은 전통적으로 시의회, 시민·사회단체, 국회 등 각계각층을 아우르며 시장을 대신해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역 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 시장 대신 출석하거나, 민원을 모아 바로 시장에게 전달하는 등 소통의 핵심 고리로 기능하는 직책이다. 상황에 따라선 시장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시의회가 조례안 통과를 막은 까닭도 직책의 중요성 때문이다. 시의회 기획위원회는 이에 따라 첫 번째 조례 심사에서 안건을 보류한 뒤, 두 번째 심사에서 경제부시장의 역할에 '시의회, 정부·국회, 정당·사회단체, 언론기관과 관련된 정무적 업무 수행 및 주민 여론 수렴 등 그 밖에 시장이 지시하는 사항'을 추가하는 선에서 조직개편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문항만 더해졌을 뿐, 시 집행부의 소통 의지는 부족하다는 게 시의회의 판단이다.

▲힘겨웠던 222회 임시회
지난달 진행된 제222회 임시회는 상당수 안건이 보류되거나 부결되는 등 부침을 겪었던 회기로 꼽을 수 있다. 계양구 풍산금속 부지 개발 안건이나 자유무역지역 도시계획 변경안 등 일부 개발안건은 보류됐고, 인천교통공사 법인세 채무보증안은 부결됐다. 통상적인 보고 사항인 도시계획 변경안건과 채무보증과 같은 중대한 안건이 보류되거나 부결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사태다. 시의회는 안건 처리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다. 안건 심사에 앞서 시 집행부의 설명이 전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의원들은 시정질의 과정에서 시 집행부가 불성실한 답변을 내놨다는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시정 질의 준비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해야 하는데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답변을 받으면 화가 치민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제5차 본회의에서 노경수 의장이 시 집행부를 질타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노 의장은 "정무부시장이 경제부시장으로 바뀌고 정무기능이 축소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는데도 아직 보완이 안 되고 있다"라며 "충분한 설명이 있어도 현안 해결이 쉽지 않은데 안건을 제출하고 원안 의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정질문을 발목잡기나 간섭으로 보는 공무원이 있다"라며 "언짢은 표정이나 아이들을 훈계하는 것처럼 답변하면 시의회를 경시하는 것으로 잘못 비춰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교통공사 안건에 폭발한 시의회
지난달 31일 원포인트 의회는 이러한 불만이 터져 나온 자리라 할 수 있다.

오흥철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5분 발언에 나서 "지난 임시회에서 부결된 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회를 소집하게 된 점을 널리 양해하여 달라"며 "이 과정에서 시 집행부가 의회를 철저히 경시하며 소통 부족을 넘어 단절까지 이른 점을 드러낸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라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또 "동의안이 부결될 때까지 정확한 정보 제공이나 납득할만한 설명을 도외시하고 준비나 대책 없이 안건만 던져놨던 집행부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라며 "의회가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는 태도는 거수기로 보는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라고 말했다. 오 의원뿐만 아니라 노 의장도 단상에서 "집행부의 행태가 개탄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향방은
시는 이러한 시의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소통을 이어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근시일 내로 시의회 의장단과 유정복 시장, 배국환 경제부시장이 모여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 지적에 따라 시의회와 함께 식사를 함께 할 장소와 시간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