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규제 최소구역' 도입 계획만 있고 내용은 쉬쉬
▲ 30일 인천시청 접견실에서 열린 '루원시타 (Lu1 City)사업 정상화 합의서 체결식'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 등 관계자들이 합의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기선 기자 juanito@incheonilbo.com
30일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표한 '루원시티 사업 정상화 방안'은 장기간 멈췄던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지역 개발사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시와 LH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유치해 어떤 개발에 나서겠다는 답을 내놓진 못했다. '그림(개발계획)'만 나와 있을 뿐, '내용(핵심시설)'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상업지역 늘리고 규제 풀고
김성수 시 도시관리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면적을 정확하게 검토하진 않았으나 주거지역을 축소하고 상업지역을 다소 늘릴 것이다"라며 "선도적으로 15만㎡를 입지규제 최소지구로 지정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루원시티 개발계획에 따르면 전체 사업 면적 97만1892㎡ 중 주거용지가 19만7394㎡, 상업용지가 24만2706㎡씩 지정돼 있다. 김 국장의 발언은 면적을 조정해 사업성을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상업지역 중 용적률·건폐율을 최대로 적용받는 중심상업지역을 기존 11만2406㎡에서 4만여㎡ 늘리겠다고 밝혀, 루원시티가 대형 상가지역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심상업지역에 '입지규제 최소구역'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구역은 기존의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건축물 층수제한, 용적률, 기반시설 설치기준 등의 규제가 완화되거나 아예 적용받지 않는 지역을 말한다. 민간자본이 유치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시는 유사 해외사례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Marina Bay)의 '화이트 존(White Zone)'을 꼽았다. 싱가포르는 화이트존을 중심으로 상업·업무·호텔·주거·여가 등 다양한 용도의 시설이 들어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신도심을 개발했다. 김 국장은 "입지규제 최소구역이 도입될 가능성은 99%"라며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용 덜 채워진 합의
이날 발표는 적자가 나더라도 사업을 일단 추진하고, 상업지역 확대와 입지규제 최소구역 도입 등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무엇을 유치할 예정인지, 어떤 기업과 접촉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개발계획이 바뀌더라도 땅 위에 각종 시설이 들어서지 않으면 이날 합의도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특히 사업부지 3.3㎡당 조성원가는 경제자유구역의 10배에 육박하는 2120만 원이라, 기업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는 오는 11월 개발계획을 변경하고 내년 9월 단지조성공사에 들어가 오는 2018년 12월 사업을 준공하겠다고 밝혔지만 합의서에는 정확한 개발 시점이 명시되지 않아, 합의서의 구속력도 약한 편이다.
김 국장은 "앵커시설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자회견을 가질 기회를 달라"며 "경인고속도로가 일반도로화되고 제2외곽순환도로가 연결되면 루원시티를 지날 수밖에 없다. 루원시티가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호텔이나 컨벤션 등 민간자본 유치는 시와 LH가 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