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27일 `친일반민족행위자"" 708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진상규명 법률을 제안키로 하면서 과거 사회지도급 인사들의 친일행적 여부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28022>발표경위=여야 의원들의 이번 발표는 지난해 7월 이 모임과 광복회가 명단공개 사업을 공동추진키로 한지 반년여에 걸친 작업의 산물이다.
 지난 99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해온 광복회측은 일제관보 등을 뒤져 기초자료를 만들고 수차례 심의회의를 열어 명단을 작성, 올 2월22일 을사오적, 정미7적, 일진회, 한일합방, 일본으로부터 작위를 받은 자, 의원, 도지사, 고등형사, 판·검사, 밀정, 친일단체 관련자 등의 명단 692명을 최종 확정, 광복회보에 게재했다.
 이 명단에는 한일합방 협력자인 이완용을 비롯, 서정주, 이광수, 최남선, 김동환, 주요한 등 문화계의 유명인사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광복회측은 일부 인사의 경우 친일행적 단정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명단공개시 파문 등을 고려해 작곡가 현제명, 여성박사1호 김활란 등 17명에 대해서는 최종 결정을 미룬 채 민족정기 국회의원 모임의 심의 대상으로 넘겼다.
 이 모임은 27일 저녁 회의를 통해 `김인승""의 경우 1890년대 친일행적으로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판단, 제외시키기로 했으나 나머지 16명은 `친일행적이 명백하다""고 판단, 발표에 포함시키로 결정했다고 김희선 의원측은 전했다.
 <&28022>16명 심의결과=이 모임은 200여쪽에 달하는 발표자료에서 “고황경은 `황도정신 선양에 앞장선 여성사회학자""로 일본국민으로서 부끄러움이 없는 생활을 교육하는데 앞장서 왔고, 김활란은 `친일의 길을 걸은 여성지도자의 대명사""로 이화여전과 이화교육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총후보국을 내조한다""는 애국자녀단을 조직했다”고 밝혔다.
 또 `사슴""의 시인 모윤숙은 임전대책 강연 등에서 `일본여성의 갈길""을 부르짖었고, 여성계몽운동가로 알려진 박인덕은 매일신보 등을 통해 친일선동 글들을 발표했으며, 덕성여자실업학교장을 지낸 송금선은 국민정신총동원연맹의 강사로 활동했고, 경성가정여숙 창립자인 황신덕은 `제자를 정신대로 보낸 여성교육자""로 평가했다.
 이들 여성 6명은 40년대를 전후해 임전대책협의회 국민정신총동원연맹 강사로 맹활약했으며, 각계에 친일 글을 발표해온 것이 공통적이라는 게 모임의 분석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로서 화가 김은호는 `금채봉납도""를 미나미 총독에게 증정했고, 심형구는 `친일파 미술계를 주도한 선봉장""으로 현제명은 `일제말 친일음악계의 대부""로, 민족음악의 대명사격인 `봉선화""의 작곡가 홍난파는 최남선 작사 `정의의 개가""에 곡을 부쳐 친일가요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친일음악활동을 했고, 이능화는 `민족사 왜곡과 식민사학 확립의 주도자""로, 정만조는 `친일유림의 거두""라고 자료는 밝혔다.
 자료는 특히 “방응모 조선일보 창설자와 김성수 동아일보 창설자, 장덕수 동아일보 창간당시 주간도 명단에 포함시켰다.
 <&28022>의미와 논란=3·1절을 하루 앞둔 이번 발표는 국회 연구모임 차원이긴 하지만 해방이후 첫 현역국회의원들의 친일명단 종합발표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김희선 의원은 “나치에 부역, 반민족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공소시효 없이 색출, 처벌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과거사 청산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을 뿐아니라 침략국의 반성과 사과를 이끌어냄으로써 유럽국가들이 공존공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청산은 아시아와 세계평화에도 기여하는 세계사적 과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 명단에 포함된 인사의 직계가족들이 `일제하에서 강요된 행위에 대해 친일반민족행위로 단정할 수 있느냐""는 반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일부는 법적으로 대응할 의사를 피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명단 발표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있어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단에는 현역의원 가운데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부친(최준집)이 1936~40년 당시 중추원 참의를 지낸 것으로 나타나 있다.
 <&28022>향후 계획 및 참여의원=이 모임의 한 관계자는 “명단 가운데 중복자가 있고 반드시 포함돼야 할 인물들이 누락돼 있는 등 차후 보완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진상규명 활동을 통해 `친일인명사전"" 발간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임 소속 의원들은 국회의 각종 질의과정에서 이들 명단을 거명함으로써 국회 속기록에 이름을 남긴 뒤 친일반민족행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진상규명위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한 `일제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500원 주화에 독립애국지사의 초상을 문양으로 채택하는 사업, 독립운동 유적지를 순례하는 `독립군 따라 대행진"" 행사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이날 의원회관 대강당 기자회견장에는 민주당 김희선 김태홍 송영길 정장선 김경천 전갑길 이호웅 배기선 김성호 임종석 이종걸 의원, 한나라당 서상섭 김원웅 의원 등 13명이 참석했고, 발표자 명단에는 민주당 박상희 설송웅 설 훈 신기남 심재권 원유철 이상수 이재정, 이호웅 최용규 의원과 한나라당 이부영 김홍신 의원 등 25명이 참여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