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은 피했다? … "내가 살인마" 사형수 소동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33년째 숱한 의혹을 낳고 있다. 이 중에는 믿기 어려운 내용부터 사실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도 더러 있다. 이 사건을 둘러싼 뒷이야기를 당시 수사 자료와 하승균 전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 팀장과의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되짚었다.
▲여름철만 피한 살인 정말 궁금하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1~5월, 9~12월이다. 범인은 6~8월 사이엔 단 한 건도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살인마는 여름과 관계있는 사람일까.
또 다른 의문도 있다. 범인은 1988년 9월7일 7차 사건 이후 2년 가까이 냉각기(연쇄살인범이 범행을 잠시 멈추는 기간)에 들어간다. 경찰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지자 잠시 몸을 숨긴 것일까. 그러다 살인마는 1991년 4월3일 마지막 범행을 저지른 뒤 종적을 감췄다.
▲8차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인가
1988년 9월16일 태안읍 진안리의 한 주택 방안에서 살해당한 김모(14)양 사건은 범인을 잡은 케이스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모방범 소행으로 판단했다. 다른 연쇄살인 사건과 범행 장소가 가까웠으나, 수법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경찰 안에서도 이 사건을 화성 연쇄살인에 포함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아직도 많다. 하승균 전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 팀장은 "8차 사건의 범행 수법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전혀 다르다"며 "그런 만큼 이 사건은 화성 사건에서 제외해야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내가 화성 연쇄 살인마다"
2003년 대전교도소. 살인죄로 복역 중이던 사형수(당시 49세)가 다른 수감자에게 '내가 화성에서 사람을 여러 명 죽였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그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터진 시기에 화성에 살았다.경찰은 희망을 품었다. 그렇지만 그의 혈액형은 O형.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서 채취한 용의자 혈액형은 B형. 일치하지 않았다. 또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달리 그에겐 성범죄 전과도 없었다.
▲"범인을 알고 있다"
역술인 소동 1987년 5월2일 6차 사건이 터진 뒤 수사본부에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전라도에 사는 역술인이라 밝힌 50대 제보자는 "기(氣)로 음양의 조화를 알 수 있다"며 "한 언덕 너머 함석집에 한쪽 손이 불구인 30대 남성이 살고 있다. 그가 범인이다"라고 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은 확인 작업에 나섰다. 역술인 말대로 함석집엔 몸이 불편한 남성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경찰은 곧 실망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기 힘들 정도로 정신과 몸이 온전치 못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수법, 또 다른 살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충격이 잊힐 무렵, 20대 여성의 알몸 시신이 발견됐다. 1996년 11월3일. 오산시 지곶동에서 화성과 흡사한 살인사건이 터진 것.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가 이 여성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화성 연쇄살인 피해자처럼 성폭행 당한 뒤 엽기적인 방법으로 훼손된 흔적이 역력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이 화성 연쇄살인 11차 사건이 아니냐는 의혹이 컸다. 당시 경찰은 이를 모방 범죄로 봤다. 하승균 전 화성 연쇄살인 수사본부 팀장은 "이 사건은 화성 사건과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도희 기자 kd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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