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파리에서 두 번째로 언론사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자크·시라크 파리 시장의 자문역을 맡은적이 있었다. 당시 파리 주재 외국특파원협회 부회장의 자격으로 한 달에 헌 번꼴로 파리 시장의 자문에 응하고 있을 때였다. 파리시에서도 외국인 손님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영빈관)가 필요하다는 시국제교류담당부서의 제의를 놓고 자크 시라크 시장은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자문위원들은 파리시 영빈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영빈관을 제대로 유지하며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당수의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이용일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영빈관을 위해서 다수의 전문인력을 상시로 확보한다는 것은 낭비적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보다는 파리의 리츠나 크리용 같은 고급호텔을 영빈관으로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여 파리시 게스트 하우스 설립계획이 백지화 되었다. ▶1974년에 개관한 일본의 정부 게스트 하우스는 도쿄의 요츠야역 부근에 있는 아카사카 이궁 터에 자리잡고 있다. 아카사카 이궁은 에도시대 때 기슈(紀州)의 기슈도쿠가와 가문의 저택이 있었던 곳이다. 당대 일본의 일류 건축가와 미술 공예가들이 총력을 다해 건설한 네오 바르크양식의 서양풍 궁전 건축은 2차대전 후 소유권이 왕실에서 정부로 이양되면서 영빈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열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이 발표되었던 정부의 게스트 하우스는 외교행사가 없는 날에는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는데 외관은 물론 내부 또한 유럽의 왕궁과 같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보수와 유지에도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만 활용 기일이 제한적인 정부의 영빈관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계속 집행하는데 대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인천시에서 17년째 역사자료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 시장관사를 게스트 하우스로 용도변경하여 활용하겠다는 방침에 시민사회의 비판여론이 비등하다. 매년 인천시에서 접대해야할 외국 귀빈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느냐도 따져보아야 할 점이지만 영빈관이란 건물 자체의 하드웨어보다는 이를 유지하고 활용하며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시 당국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더욱 문제다. 산적한 현안을 안고 있는 인천시가 주요국가의 수도에도 없는 영빈관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정말 엉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