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대학졸업 후 조선일보사에 입사하여 편집국에서는 리영희·선우휘·이규태 선배, 그리고 논설위원실에서는 송건호·이어령·최석채 선배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사상의 폭과 언론의 자유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당시 언론환경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고뇌하면서 나름대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을 때, 이규태(李圭泰, 1933~2006) 선배는 한국과 한국인의 내면을 파고들었다. ▶후배들과도 자주 소주잔을 나누던 소탈했던 이 선배는 당시 신문 사회면에 자주 등장했던 자살관련 기사를 예로 들면서 신문기사가 점점 정형화되어 간다고 했다. 근년에는 유명인사 또는 대형사건 관련이 아니면 자살 자체가 기사로 취급되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경찰서에 자살 사건이 접수되면 취재기자들이 상황을 적당히 파악하고 '생활고', '실연', '염세'로 자살 이유를 기사화하고 있었을 때였다. 가장 극단적이고 복합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자살원인을 판에 박은 듯 기사화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신문 사회면에서 일반적인 자살기사는 거의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3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고, 2위와의 격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2016년 자살자가 1만3000여명을 넘었는데, 이는 OECD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자살예방을 위해 시민단체들이 활동하고 있고, 정부도 갖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이웃나라 일본에도 자살률이 높기는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자살률을 34%나 낮추는 데 성공했다. 2003년 3만5000명에 달하던 자살자를 2016년에는 2만2000여 명으로 감소시켰다. 자살결행 직전에 대화와 설득을 통해 마음을 돌리는가 하면, 독거노인들에 대한 보살핌을 제도화한 것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열도 중부에 위치한 야마나시(山梨) 현의 아오키가하라 숲은 1960년 인기작가 마츠모토 세이초(1909~1992)의 소설 <파도의 탑> 주인공 남녀가 여기서 자살함으로써 유명해진 곳이다. 한때는 매년 100명 이상이 이곳을 찾아와 자살함으로써 반갑지 않은 명소로 되었다. 그러나 지역 경찰과 시민단체에서 숲속을 배회하는 사람들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설득하면서 마음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독거노인들이 늘어나는 일본사회에서의 세심한 배려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살자를 한 명이라도 줄이는데 동참하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의 책무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