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위원
황금비율로 접혀진 신문을 1면부터 펼쳐보기 시작한다. 좋은 정보나 글귀를 메모하면서 끝까지 읽고 나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잘 차린 아침정식을 먹은 것 같은 지적 포만감이다.
신문기자라서가 아니다. 종이신문만큼 좋은 게 없다. 종이신문엔 뉴스생산 전문가인 수십, 수백 명의 기자들이 밤낮으로 발품을 팔아 신중하게 선별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자들에게 허락된 출입처를 통해 검증한 최고급정보들이다. 기자들이 하루동안 다섯 개의 아이템을 취재했다면 그 가운데 신문에 실리는 내용은 한두 가지에 불과하다. 출처가 불분명하고 주장에 가까운 인터넷과 SNS의 일부 정보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종이신문은 글과 그림, 그래픽을 효과적이고 미적으로 배열하는 편집기술을 통해 중요한 뉴스와 덜 중요한 정보를 구분하기까지 한다. 고농축 '엑기스'만 추출해 보여주는 셈이다.
손가락에 와 닿는 종이의 촉감도 정겹기 그지없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문지를 넘길 때,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 같은 그 소리는 다음 지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예민한 아침의 청각을 경쾌하게 자극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제목과 사진, 그래픽의 조합은 가히 시각예술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종이신문을 읽는 학생들의 성적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종이 위에 편집한 텍스트와 그림, 사진 등의 효율적 배열이 큰 그림으로 기억돼 종합적인 사고를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 라디오의 시대가, 이북(e-book)이 나왔을 땐 종이책은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어떤가. 라디오는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면서 부활했고, 종이책은 여전히 폭포수처럼 쏟아지면서 전자책을 압도하는 중이다. 너도 나도 신문을 펼쳐보던 지하철 안 풍경이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으로 바뀌긴 했다. 그렇지만 종이신문은 여전히 '활어 같은 뉴스'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전해주며 사람의 냄새를 솔솔 풍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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