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영길 전 인천시장 재임 시절에도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의 문제점 규명에 나섰으나 결국 좌절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추진했던 책임자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사업과 관련해 '외압·유착' 암시 글을 올린 뒤 18일자로 대기발령된 정대유 전 인천경제청 차장이었다.
이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사안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당시 상황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관련기사 3면
20일 인천일보가 단독 입수한 A4용지 2쪽짜리 공문서를 보면, 인천경제청은 2012년 11월5일 '송도랜드마크시티 개발사업 검사계획 통보 및 업무협조 요청' 공문(사진)을 작성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현대그룹 전략기획실, 현대건설㈜ 대표이사, 삼성물산㈜ 대표이사,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 대표이사 앞으로 보내려던 공문이었다. 인천경제청은 '사업시행자가 인천시민의 소중한 재산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업추진 계획과 자료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SLC 측이 당초 협의한 151층 인천타워 건설을 비롯, 사업 전반에 걸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을 때였다.
인천경제청은 이 문서에 '사업시행자가 국내외 부동산경기 침체 등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당초 자신들이 제시한 협약의 근본 취지·목적과는 다르게 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대주주로 참여한 사업시행자는 권리·선택 사항은 광범위하게 보장된 반면 의무사항은 극히 미미하다. 2005년부터 약 7년여 동안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그러면서 '소중한 인천시민의 재산을 볼모로 하고 있다. 이에 귀사의 사업 추진 의지와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 회계 등 검사계획을 하려고 하니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인천경제청은 공문 작성 근거로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제 28조 2항을 들었다. 관련 법 조항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개발사업시행자에게 필요한 보고를 하게 하거나 자료 제출을 명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당시 이 문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삼성, 현대 등 사업시행자 측에 전달되지는 않았다. 정대유 전 차장은 이 과정에 윗선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전 차장은 당시 이 공문서를 작성·결재한 직후 공교롭게도 대기발령을 받았었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경제청 한 관계자는 "이 문제는 최근 불거진 게 아니다. 5년 전에도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었다"며 "개발이익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의지가 강했다. 이게 진실이다"라고 말했다.
정 전 차장은 이날 새벽 자신의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또 올렸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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