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봉현 인천항만공사 사장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3D프린팅, 모바일로 대변되는 지능정보화 사회인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나브로 열리고 있다. 과거의 산업혁명이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인간의 지적능력까지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나 국내외 석학들에 따르면, 향후 10년 이내에 현재의 일자리 가운데 70% 가량은 그동안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10대 중 한 대는 무인자동차이며, 인공지능 로봇이 법률자문과 기사작성을 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또 '알파고(AlphaGo)' 보다 더 강력한 인공지능 학습능력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로봇 의사가 진단하고, 로봇 약사가 조제하는 약국이 등장한다. 로봇 의사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인공장기 이식 수술도 집도한다. 현재도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면,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이 같은 예측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처럼.

그렇다면, 빛의 속도로 변화, 발전하면서 주위의 전자기기가 모두 인터넷에 연결되는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전통 산업인 항만물류 업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항만물류 공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인 필자의 최근 최대 고민은 '항만물류 업종에 제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적용되고 구현될 것인가'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할 사람의 자리 즉, 항만물류 종사자들이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비선형적이면서도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변화, 발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면서도 새로운 질서에 부응하는 미래 먹거리를 찾아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항만물류 분야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최첨단의 근무 환경이 펼쳐질 것이다. 우선 항만운영 부문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항만 제어 로봇이 운영하는 컨트롤타워는 완전한 무인 시스템 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다.

현재도 인천신항에서는 야드크레인의 경우 97% 가량의 업무를 컴퓨터가 혼자 알아서 처리한다. 항만 내 하역장비의 핵심인 각종 크레인과 야드새시(YC), 야드트랙터(YT) 또한 현재보다 훨씬 진화한 인공지능 컨트롤타워 로봇의 지시에 따라 무인으로 24시간 쉼없이 그리고 조화롭게 작업을 처리할 것이다.

무인선박의 등장과 도선사 없는 선박 입출항 시대도 머잖아 열린다. 이미 무인선박 제조업체 중 하나인 롤스로이스는 지난 2014년 무인선박(Robotic Cargo Ship) 개발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3년 후쯤인 2020년까지 실제 무인선박을 취역시킨다는 계획이다. 인공위성과 수십년간 원양항해 운항에서 취득한 기상정보와 항로정보 등이 집적화된 빅데이터(Big Data)와 이를 분석·학습하는 인공지능이 무인선박 운항의 핵심이다.
유인선박의 경우는 영화 스타트랙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3차원(3D) 지도를 허공에 띄워놓고 항해하는 시대도 머잖아 열릴 것이다. 현재 IPA와 인하대가 공동연구하는 '인천항 해저지형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와 같은 기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된 3D 해저지형을 통해 손금 보듯 바닷길을 보는 인공지능 로봇 항해사가 선박운항을 책임지게된다.

육상물류시스템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국내에 있는 모든 트럭의 운행현황을 한눈에 들여다 보고 판단하는 물류통제 로봇이 화물차들의 끊김없는 수송을 책임지게 된다. 택배 기사들의 상당부분은 무인헬기인 드론에 그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이미 세계 거대 물류회사인 아마존은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호주 등지에서 드론을 이용한 무인택배 기술 테스트를 시작했다.

현재의 항만업계와 물류업계 종사자들은 반신반의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제4차 산업혁명이 바꿀 미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이미 시작된 거대한 물결이다. 핵심은 그동안 사람이 하던 대부분의 역할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는 것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내에 제4차 산업혁명의 급물살이 우리를 덮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말이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변화와 생존을 위해 우리 공사를 포함한 항만물류 업계도 지금 당장 준비에 나서야 한다.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