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이 그린 노송영지도, 가치는 얼마일까
▲ 노송영지도
▲ 목조보살좌상
▲ 평양성도


8435건 1만203점 소장 '노송영지도' 경매가·유명세 최고
1년 단위로 보험가입 … 보험가총액 259억5264만원
수장고 출입은 학예사 한명 뿐 … 보안 철저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소장 유물에 대한 보험 가입을 한다. 보험 내용에는 유물의 전시, 보관, 이동 중 훼손이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의 보상이 포함돼있다.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종류의 미술품과 공예품 등을 소장 중인 송암미술관도 7월 25일 보험 가입을 위해 소장 유물의 보험가액을 공개했다. 보험가액을 정하는 방법과 기준부터 유물이 보관되는 수장고 관리 방법까지 송암미술관을 찾는 관람객과 일반인들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들을 살펴봤다.


▲송암미술관의 주요 유물은

전시품 중에는 조선 3대 화가로 꼽히는 겸재 정선이 80세이던 1755년 가을에 그린 대작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가 가장 유명하다. 가로 103㎝, 세로 147㎝라는 압도적인 크기의 이 작품은 좋은 일이 있을 조짐을 가져온다는 소나무와 영지버섯을 조합해 그렸다. 정선의 특기인 짙은 먹과 역동적인 붓의 움직임이 눈에 띄며 응축된 먹을 사용해 소나무의 이미지를 더욱 강하고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소나무 아래의 영지는 옅은 붉은색으로 짙푸른 소나무와 대비된다. 정선의 유작은 년기가 명백한 작품히 드문 반면 이 작품 왼쪽 아래에는 '겸재팔십세작(謙齋八十歲作)'이 뚜렷이 쓰여있어 작품의 가치가 높다.

수장고 깊숙이 보관된 '평양성도(平壤城圖)'는 전시장에서 볼 수 없지만 송암미술관의 주요 유물로 꼽힌다. 평양성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그린 회화식 지도로 8폭 병풍 형태다. 현존하는 평양성도 병풍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정교하고 세련된 필치와 뛰어난 채색이 특징이다. 전국에 평양성도가 여러 점 있지만 송암미술관의 것은 그중에서가장 높게 평가된다. 평양성도는 앞서 소개한 노송영지도와 함께 지난해 국가문화재 지정을 신청했다.

인천시 지방유형문화재 제67호로 지정된 '시왕도-변성대왕(十王圖-變成大王圖)'은 불교의 지옥을 표현한 그림이다. 중생이 생전에 지은 죄를 죽은 후에 심판받고 선악의 과보를 가져오는 원인에 따라 지옥과 아귀(餓鬼), 축생, 수라(修羅), 인간, 천상 등 여섯 세계를 윤회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10폭이 한 세트를 이루며 송암미술관 것은 그중 하나인 '제6변성대왕도(變成大王圖)'다. 병풍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변성대왕이 죄가 남은 사람을 지옥에 보내 벌을 받게 하는 일을 맡고 있다. 원근법의 차이가 아닌 중요도를 기준으로 변성대왕을 가장 크게 그렸다. 그림 밑은 도산지옥(刀山地獄)이 펼쳐져있다. 화려한 색감을 사용하는 조선전기 불화 기법의 계승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세히 보면 위에 금가루가 뿌려져 있다. 질 좋은 염료를 사용해 변색이 잘 안된다. 시왕도는 전국에 5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 출신 서예가 검여 유희강(劍如 柳熙綱)의 '글씨(書藝)'는 글씨의 크기와 틀이 명확해 회화적인 공간 구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육중하고 두꺼우면서도 거친 갈필이 특징이다. 검여 유희강은 58세에 뇌출혈로 인해 오른쪽 반신바미가 됐으나 왼손으로 서예에 정진해 독특한 경지를 이루는 등 변함없는 열정으로 한국 근현대 서예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이 외에도 시 지방유형문화재 제68호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木造阿彌陀如來坐像)'과 '목조보살좌상(木造菩薩坐像)'이 있다.

▲미술관의 유물 보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송암미술관은 매년 1년 단위로 소장 유물 보험 가입을 한다. 보험금은 1200만 원 내외며 가입 기간은 8월 5일부터 내년 8월 6일까지다. 보험 가입 신청 전에 미술관 학예사들이 모여 보험 평가 위원회를 열고 유물의 보험가액을 결정한다. 유물 구입액을 기준으로 하지만 구입액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을 때는 유물 경매장의 시세를 참고한다. 보험가액은 일반인들에게 유통되는 거래가와는 차이가 있다. 거래가는 유물 자체의 가치보다는 선호도를 기준으로 하며 미적 가치가 더 많이 반영된다.

보통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소장 유물을 국보와 유물로 나누고 시대가 가까워 구하기 쉬운 것들은 기타 소장품 혹은 참고품으로 구분한다.

송암미술관은 2005년 OCI(주)로부터 기증받은 유물이 대부분으로 특별한 구분 없이 전체를 유물로 보고 보험가격을 정한다. 유물은 총 8435건 1만203점으로 보험가액은 259억5264만6000원이다. 가격이 제일 낮은 유물은 1만 원이며 고가 유물은 보안 문제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토기·도자기 중에는 청자, 백자가 가장 가격대가 높고 나머지는 천차만별이다. 미술관이 시립으로 전환되기 전에는 조선 후기 겸재 정선(1676∼1759년)이 그린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의 경매가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수장고 관리, 어떻게 하나

송암미술관에서 수장고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학예사 단 한 명뿐이다. 그 외에는 수장고의 출입 비밀번호도 알 수 없고 출입 권한이 없다. 수장고는 두 칸으로 나눠져 있으며 훼손 가능성이 높은 지류와 일반 유물을 구분해 보관한다. 내부에 유물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온·항습기 총 6대가 설치돼있다. 고장이나도 수리할 때까지 쓸 수 있도록 두 개를 한 쌍으로 배치해 사용한다.

송암미술관의 주요 유물 중 하나인 '평양성도'는 보존 처리가 되지 않은 채 수장고에 있다.

유물의 훼손을 막기 위해 상설 전시장의 유물 300여 점을 수장고에 있는 것들과 정기적으로 교체해 전시한다.

▲송암미술관의 역사

송암미술관은 故이회림 OCI(주)(옛 동양제철화학) 회장이 50여 년에 걸쳐 수집한 도자기(청자, 백자, 분청 등), 토기, 불상, 고서화 등을 송암문화재단에 기증하면서 설립됐다.

미술관의 이름은 이 회장의 호 '송암(松巖)'을 딴 것이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던 송암미술관은 1992년 지금의 자리(인천 남구 비류대로 55번길 68)로 신축 이전했고 2005년 이 회장이 송암미술관을 인천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2007년 인천시립박물관 분관으로 편입됐으며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관리동 증축과 본관동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2011년 4월 25일 재개관했다.

▲송암미술관 더 재밌게 관람하기

국·공립 미술관들은 대부분 역사순으로 전시를 하지만 송암미술관은 다르다.
김동근 학예사는 "송암미술관의 유물들이 개인 소장품이었기 때문에 미술관 입구의 야외전시실부터 1·2층 내부까지 개인 컬렉션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작품의 설명을 먼저 보지 말고 겉으로 느껴지는 분위기와 색채 등을 천천히 감상한 후 나중에 설명을 살펴보면 더욱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실은 1·2층 전시실과 야외 전시실, 기획 전시실로 나눠진다.

1층 공예실에는 선사, 삼국시대 토기와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분청자, 백자 등이 전시돼있어 도자기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조선시대 불교 미술품과 공예품도 있다.

2층 서화실은 서예작품과 조선시대 회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김정희를 비롯한 조선후기 대가들의 작품과 민화, 불화 등이 전시돼있다. 야외전시실에는 문인석, 망주석, 하마비, 광개토대왕릉비 등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석물들이 있다.

매년 다양한 주제로 특별전을 기획하며 8월 21일까지 '우리 미술 속 소나무와 바위 이야기 Ⅱ'전이 기획 전시실에서 열린다. 2011년 개최했던 송암미술관 재개관 기념전 '우리 미술 속 송암 이야기 Ⅰ- 화폭에 담은 송암'에 이은 두 번째 전시로 소나무와 바위가 담긴 민화, 도자 공예품을 전시 중이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사진제공=송암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