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산마당극놀래 공연모습. /사진제공=학산문화원


워크숍 열어 공동체 가치 공유
2013년 부터 구민 동아리 발굴
분야별 전문가 파견 공동 창작
해마다 마당극 … 올 9월말 개최

작년 마을주민 300여명 참가



생활문화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상에서 이뤄지는 시민들의 활발한 문화 활동이 각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이 시민들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창작되고 그로 인해 문화의 영역이 넓어졌다.

인천 남구 학산문화원은 주민이 문화향유와 창작의 주체가 되는 '학산마당극놀래'를 기획해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고 있으며 주민들은 마당극을 통해 자신과 이웃, 마을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주민 모두가 예술가로 나서는 축제 '학산마당극놀래'의 준비과정과 의미를 살펴봤다.

마당예술 공동창작 워크숍·특강

 

▲ 김보성 '마당예술 공동창작 워크숍' 특강


지난 10일 인천 남구 학산생활문화센터에서 '마당예술 공동창작 워크숍·특강'이 열렸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50여명의 마당예술강사와 마당 지기, 주민 등이 참여해 '지역 문화 활성화'와 '마당예술의 회복'을 주제로 특강을 듣고 '공동체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했다.

이 워크숍은 학산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축제 '학산마당극놀래'를 준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학산문화원은 2013년부터 남구 21개 동의 통장, 도서관 자원활동가,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동마다 '마당예술동아리'를 발굴했고 춤, 연극, 풍물, 판소리, 영상, 미술 등 각 분야의 전문 예술가들을 파견해 4~8개월에 걸쳐 마당극을 공동 창작해 선보였다.

한 번 발표 후 프로젝트 형태로 끝나는 팀도 있으며 6~7개의 동은 지속적인 활동 중이다. 마당극의 소재는 주로 삶과 마을의 생활사로 개인의 이야기를 표출해 공감을 이끄는 게 목적이다.

1부 특강은 김보성 다움문화연구소 협동조합 이사장이 맡았다.

그는 세계 각국의 사례를 통해 문화환경의 변화를 제시하며 강의의 문을 열었고 생활문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티 아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2부는 정지은 연극 놀이터 해마루 이사와 마당예술동아리 강사, 마당 지기가 함께하는 워크숍으로 진행됐다. 동아리를 이끌며 겪는 고충을 나누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 '학산마당극놀래'를 준비하는 마당지기들.


주안 2동 동아리의 판소리극을 준비하고 있는 오재익 강사는 "짧은 시간에 기술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터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의 삶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중요하다"며 "아직 수업을 몇 번 하지는 않았지만 마당극은 일반적인 판소리 공연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정지은 이사는 "주민들과 만나 예술 교육을 하다 보면 예술을 멋지고 화려한 것으로 인식해 어려울 때가 있다"며 "내 이야기를 담은 결과물에서 오는 성취감과 만족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에서 민요학원을 운영하는 지승혜 강사는 숭의 2동 동아리를 맡았다. 그는 "3주째 강의를 통해 살펴보니 동아리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60대 후반"이라며 "젊은 사람들과 다르게 다같이 모여서 하는 취미생활에 익숙한 연령대라 협동심을 이끌면 좋은 무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했다.

주민 중심의 '학산마당극놀래'

 

 


학산문화원은 지난 2012년 개원을 10년 앞둔 시점에서 중장기 전략으로 주민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창작하는 '학산마당극놀래'를 기획했다.

주민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극을 창작하는 게 쉽지 않다는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문화원은 마당극이 지속될 수 있는 기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워크숍, 특강, 포럼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았고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 공모에 인천 최초로 선정돼 '학산마당극놀래'의 중심인 '마당예술동아리'의 활동과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거점을 마련했다.

지난해 '학산마당극놀래-남구가 보인다'에는 총 323명의 주민들이 참여했고 주민 주도 축제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학산마당극놀래 무대에 선 아이들


주민들은 마당극을 준비하면서 자아 발견과 성찰, 개개인의 예술성 향상, 지역과 이웃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마을에서는 공동체 예술동아리가 형성되는 등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용현 1·4동은 2개의 동을 합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으나 각 동의 풍물패가 연합하면서 동을 상징하는 주민 대표 동아리가 돼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숭의 4동 제물포 도서관 자원활동가들이 모인 동아리 '아름'은 학산마당극놀래에 참여 후 인천사랑병원 재능기부 공연 등 지역을 중심으로 봉사 공연을 다닌다.

주안 5동 통장들이 모인 동아리 '잘나간다 통통통'도 어르신한마음축제와 연말 불우이웃 돕기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학산문화원 박성희 사무국장은 "아마추어와 시민 예술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않으면 전문예술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학산마당극놀래를 통해 주민이 주인이 되는 마을축제를 만들고 '세계마당극제' 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70~80년대에 삶의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공동체 예술이 있었는데 한동안 단절됐었다"며 "생활문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예전의 공동체 예술처럼 지역의 동아리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1월 포럼을 개최해 공동창작 방법에 대한 매뉴얼과 사례를 공유하고 '마당예술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마당예술동아리들은 8월 27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열리는 주안미디어문화축제에서 '마을극장21 릴레이'를 통해 마당극을 선보이며 10월 1일로 예정돼 있는 '학산마당극놀래 2016'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