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대 축제 현장.


70~80년대 대동제 등장 … 학교별 변천
지난주 인천·인하·경인여대 축제 후끈
'문화 행사 위주' 참여형 프로그램 다채


5월은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대학 축제가 열리는 시기다. 지난 한 주 동안 인천 지역 대학들도 각 학교의 특색을 내세운 축제를 진행했다.

공연, 주점, 이색 프로그램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한 대학 축제는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해왔다. 1980년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영향을 받아 민중성이 짙었고 90년대로 넘어오면서 공연과 문화행사 위주로 구성됐다.

요즘 축제는 각 학교의 학생들뿐 아니라 외부인들의 참여도가 높다. 총학생회와 동아리들은 인기 있는 대중문화를 접목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대학축제 변천사

 

▲ 1988년 축제가 담긴 인천대 신문. /사진제공=인천대 미추홀 신문사


1960년대에는 대학 축제가 거의 없었다. 대학 진학률이 낮아 축제의 규모가 작았고 시 낭송이나 백일장 등 자체적인 작은 행사가 주로 열렸다.

1970~80년대로 넘어오면서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의 '대동제'가 등장했다. 70년대는 군사정권에 맞서 학생들 전체가 단합했고 군악대와 의장대같은 행진이 인기였다. 웃고 즐기는 축제가 아닌 대학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80년대 대학 축제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민중성'이 짙다. '자주, 민주, 민족 통일' 등의 민족성을 내세우는 구호를 건 축제들이 많았다. 광주 시민들이 학살됐다는 소식이 대학가에 퍼지면서 5월의 광주를 잊지 말자는 의미의 사진전과 추모제를 진행했다.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이 통일 운동의 열기로 이어지면서 민중가요와 탈춤, 마당극, 풍물공연이 펼쳐졌다.

1990년대는 공연과 문화행사 위주의 축제가 시작된 시기다. 인기가수와 연예인들이 초청됐고 2000년대에는 학교마다 누가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을 데려오는지가 화두였다. 최근에는 주점과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 위주의 축제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다채로운 대학가 봄축제

 

 

▲ 인하대 축제 모습.


인천대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2016 대동제'를 열었다. 낮에는 각 과의 개성을 살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밤에는 공연과 주점 위주의 축제가 펼쳐졌다.

국제청소년연합 동아리는 해외봉사프로그램을 소개하며 현지인들과 함께 했던 체험기를 전하고 학생들의 동아리 회비로 카페를 운영했다. 방학 때 남미로 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이 직접 배워온 실팔찌 만들기는 반응이 좋아 학생들로 북적였다.

일어교육과에서는 일본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부채에 격언적기와 기모노 체험을 준비했다. 맥주와 꼬치 등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곳들과 다르게 재미와 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색적이었다. 일어교육과 16학번에 재학 중인 이민석 학생은 "과의 특색을 살려 일본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인천대 홍보대사 드림이는 '건전한 축제 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막차가 끊기기 전에 집에 일찍 들어가자는 슬로건을 외치며 건전한 게임과 추첨을 통해 학생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 최근 술 중심의 대학 축제 문화가 비판을 받은 가운데 긍정적인 축제 분위기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인하대에서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한주 내내 축제가 이어졌다. 학교 학생들 모두가 다 함께 즐기는 축제로 알려진 인하대 대동제는 캠퍼스가 무대와 천막들로 빼곡했다. 에픽하이, 트와이스 등 인기가수들과 인하대학교 응원단 ASSESS의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축제에 놀러온 근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클럽파티와 학생들의 장기자랑이 열렸고 인하대 축제의 명물인 조정부의 '뱃놀이'와 물리학과의 '중력장치'는 가장 인기가 많았다.

경인여자대학교는 지난 20일 단 하루간 학업에 지친 학생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축제 '2016 청솔제'가 열렸다.

지난 2010년부터 '무알콜 축제'를 진행해온 경인여대는 먹고 즐기는 것이 아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위주의 축제를 펼쳤다.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축제를 찾아 학생들의 장기자랑과 공연을 관람했다.

아이들과 함께 축제에 놀러 온 한 주민은 "경인여대 축제는 어린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건전한 축제다"라고 말했다. 푸른 잔디밭에서 소박하게 꾸려진 경인여대 축제는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어 학생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제공했다.

[서동현 인하대 조정부 회장]

 

 

▲ 서동현 인하대 조정부 회장


"전통의 인경호 보트 타기 행사 만든 동아리도 기뻐"

인하대 조정부는 매년 축제 때마다 보트를 타고 교내 호수 인경호를 건널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이상 진행한 행사로 조정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합숙비 마련을 목적으로 시작했다. 워낙 보트를 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찍 마감된다.

서동현 인하대학교 조정부 회장은 "인경호에서 보트 타기는 워낙 오랫동안 이어진 전통적인 행사로 학교 내에서 유명하다"며 "학생들이 직접 노를 젓고 인경호를 건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행사를 기획한 동아리 입장에서도 기쁘다"고 말했다.


[김하늘·류창완·이수인·정근수·황민욱 인천대 안전공학과]

 

▲ 김하늘·류창완·이수인·정근수·황민욱 인천대 안전공학과


"과 동기들과 칵테일장사...3년간 매년 축제 새로워"

"같은 과 동기들끼리 모여 졸업 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번 축제에서 칵테일을 팔기로 했어요."

인천대학교 안전공학과에 재학 중인 네 학생은 햇빛이 뜨거운 낮부터 캠퍼스에 나와 칵테일 쇼를 선보이며 장사를 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하와이완 컨셉의 셔츠를 맞춰 입고 챙이 있는 모자를 썼다. 학교를 다니면서 늘 근처에 먹거리와 놀거리가 많이 없어 아쉬웠다는 이들은 학우들에게 맛 좋은 칵테일을 선사하기 위해 남대문 시장까지 찾아가 재료를 준비했다.

"해가 지면 알로하 춤을 추면서 축제의 재미를 더 할 예정이에요. 인천대 학생들은 일 년에 한 번 뿐인 축제를 어떻게 하면 재밌게 보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지난 3년간 학교 생활을 하면서 매년 축제가 새로웠어요."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