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첫 지식창고 '율목도서관'
개항기 역사의 보고 '화도진도서관'
과거·현재 소통공간 '영종도서관'


지역 도서관 새로운 도약
향토자료수집·기록 앞장
주민 교류의 장 자리매김


조용함의 상징이자 지식창고였던 도서관이 새로운 도약 중이다. 다양한 자료 수집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일상 속에 친밀하게 자리 잡고 있다. 지역에 어울리는 특색을 살려 활기찬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도서관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인천의 첫번째 도서관 '율목도서관'

동인천역을 벗어나 표지판을 따라 골목길을 굽이굽이 지나오면 언덕 위에 높게 위치한 도서관이 보인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 속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책 읽기에 안성맞춤인 이곳은 인천 최초의 도서관 역사가 시작된 율목도서관이다.

율목도서관 건물은 1921년 지어졌으며 1945년 해방 전까지 일본인 정미 사업자의 별장이었다. 1946년 개조를 통해 인천시립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개관 후 점차 장서가 늘어나자 지금의 본관 건물을 새로 지었다. 내부에 목조건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별관은 현재 어린이도서관으로 사용 중이다.

율목도서관은 1982년 부평도서관이 생기기 전까지 인천의 유일한 공공도서관이었다. 그러던 중 2008년 인천시립도서관인 미추홀도서관이 남동구에 새롭게 개관하면서 문을 닫았다. 이후 율목도서관의 부활을 주장하는 이들과 개발을 통해 새로운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인천에 오래 머문 시민들의 기억 속에는 아직까지 율목도서관이 추억의 장소로 남아있기 때문이었을까, 도서관은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2011년 제자리로 돌아왔다.

배창섭 율목도서관 관장은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연 날부터 지금까지 운영을 맡아왔다. 그는 한때 인천에서 손 꼽히는 문화공간이었을 이곳을 잘 꾸려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우선적으로 지역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서들과 함께 발 벗고 나서 도서관이 재개관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주민들을 직접 마주하다 보니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율목도서관 주변에 거주 중인 다문화 가정, 노인, 미혼모 등 정보취약계층에게 열려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공모사업을 통한 교육 활동을 진행했다. 지속적으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를 방문해 책을 전달하는 순회문고와 노인일자리 파견 사업 등 소통과 교류를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2014년에는 스마트폰의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을 활용해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최초 도서관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NFC 기능을 활용한 책 읽기는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동화책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것이 어렵다는 상황을 고려해 추진한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도서관에 온 지 6년차를 맞는 배창섭 관장은 "도서관에 오래 있다 보니 개구쟁이 같았던 아이들이 도서관과 함께 자라고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율목도서관이 이용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향토역사의 보고 '화도진도서관'

 

화도진도서관.jpg


개항기 인천의 역사를 생생히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옛 화도진지 자리인 화도진공원 옆에 위치한 화도진도서관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개항기 자료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어 '개항기 역사 보고'로 불린다.

인천은 개항과 함께 서양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통로로 항구 도시만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 자리 잡은 지역이다. 외래문화를 받아들인 것 역시 빨랐으며 근대시기에 이룬 문화,역사 유산들이 풍부했다.

화도진도서관의 역사 자료 수집은 1988년 개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도서관 한 쪽에 작게 향토자료 코너를 마련해 자료를 수집해왔다. 당시 향토사학자 이훈익 선생을 통해 다양한 자료의 복제본을 기증받은 것을 계기로 향토자료 수집의 기틀을 만들었다.

본격적인 자료 확충의 시작은 2000년 문화관광부가 지원한 특화도서관 사업에 선정되면서 부터다.

현재 화도진도서관 2층에 위치한 향토·개항문화자료관에는 개항기 국내외 고서와 1883년 개항 후 외국과의 교역이 급증하면서 작성된 해관문서, 인천의 옛 지명을 볼 수 있는 지도들이 있다.

서가 한 쪽을 가득 메운 인천의 역사가 담긴 자료들은 어느 한 시점이 아닌 오랜 시간을 거쳐 하나둘 수집돼 왔음을 보여준다. 현재 도서관은 일반자료 8582권, 고서 104권, 비도서 1100여 종을 보관 중이다.

도서관은 엽서, 사진, CD, DVD 등 비도서 자료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료 선정과 심의를 위해 '향토·개항문화자료관 자문위원회'의 절차를 밟고 있다.

2007년에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이 소장한 인천에서 발행된 일본어 신문 조선신보(朝鮮新報)와 조선신문(朝鮮新聞)이 담긴 마이크로필름을 구입했다. 이 신문들은 1906년부터 1921년까지의 것으로 일제강점기 사회 전반적인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개항기의 중요한 자료다.

마이크로필름을 디지털화와 제본을 통해 자료로 생산해 지역연구 학술단체와 전국 대학 소재 국학연구소 등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자료 수집과 보관뿐 아니라 지역 내 역사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며 공공 도서관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화도진도서관은 수집자료를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지난 2007년 도서관 1층에 '인천개항자료전시관'을 개관했다.

도서자료와 별도로 소장하고 있는 개항 관련 원본 자료를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항, 개항 후 근대화 물결속의 인천, 신교육 기관의 설립과 발전, 개항 후 유입된 문물, 그 시기 한국은, 엽서에 나타난 근대시기 인천 등 여섯 개의 주제로 나눠 전시했다.

15평 남짓한 작은 규모의 전시관을 인천의 풍부한 역사와 기억이 새겨진 500여 점의 자료들로 채웠다. 좋은 자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선보이기 위해 상설전시관도 활용 중이다.

화도진도서관은 자료를 찾기 위한 목적 외에 관광을 위해 인천을 찾는 이들에게 인천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과 세대 잇는 '영종도서관'

 


인천의 섬 영종도는 이제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을 갖춘 도시로 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이사온 젊은이들은 대부분 영종도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반면 오래 전부터 영종도에 살아온 어르신들은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 급속도로 발전해 옛 모습을 잃어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영종도서관은 영종도의 세대가 맞물리는 시점에 지역의 뿌리를 찾는 계기를 만들고 영종도만의 자산이 될 수 있는 역사자료를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도서관이 책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지역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종도서관은 지난해 11월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옛 모습을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영종도 향토자료 작품 공모전을 열어 사진, 도서 등 영종도와 관련된 기록자료를 모았다.

주로 공항과 신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영종도에 살았던 원주민들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영종도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을 기증했다. 운이 좋게 10여 년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영종도가 개발되기 전 사진과 가옥 도로를 주제로 만든 소책자 두 권도 받았다. 사진을 통해 어촌과 염전 그리고 넙디, 용수말, 큰말. 가마골, 은골 등 지금은 잊혀진 마을들의 풍경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영종도서관은 영종도와 관련된 좀 더 깊이 있는 자료를 모으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영종도 염전의 관리 책임을 맡았던 박병기 전 염부장을 만나 당시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구술채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해 역사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영종도서관 강근영 사서는 "지역자료를 모으는 일과 더불어 세대 간의 실질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느껴 아이들과 함께 영종도 곳곳을 돌아다니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토박이 분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방문하는 등 어르신들과 만나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영종도의 모습을 발견하고 애향심을 갖게 돼 앞으로도 꾸준히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