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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남쪽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80㎞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몰타공화국은 인구가 42만명에 불과하여 유럽연합(EU) 28개국 중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꼽힌다.

필자가 몰타를 처음 찾았던 것은 1978년도 제48회 세계사격대회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을 때였다. 유럽의 초(超)미니 국가로 꼽히고 있지만 우수한 사격선수들이 많아서 세계사격연명(ITU)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이기도 했다.

▶몰타공화국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닌 나라이기도 하다. 기원전 4세기에 지중해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타르시엔 신전이 지어진 후 카르타고, 로마제국, 시칠리아 왕국, 에스파냐 왕국의 지배를 연달아 받다가 1530년부터는 성 요한 기사단의 지배를 받았다. 1798년에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프랑스군에 점령되었다가 1800년 영국령이 되었고 196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후 다시 찾은 몰타는 또 다른 인상이었다. 총선거에서 노동당이 승리했던 날 수도 발레타는 축제 분위기였다. 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선거결과를 자축하는 축제판은 이슬람과 라틴문화의 전통을 골고루 물려받은 몰타인들의 기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춤추고 노래하고 마시며 즐기는 축제를 통해서 지중해의 미니 섬나라가 독립국가로 지내올 수 있었던 저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몰타공화국 노동당 정부가 150만 달러를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하자 EU 27개국 회원국들은 물론 미국까지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U 회원국 여권을 가지면 EU 다른 나라로의 여행은 물론 미국까지도 비자(입국사증) 없이 출입국과 취업이 가능하여 사기꾼, 범죄자, 테러리스트들이 악용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몰타식 시민권 판매가 용인된다면 경제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같은 나라도 뒤따를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 부유층들을 위시하여 사우디, 이라크, UAE, 리비아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몰타 시민권 판매 대행사인 헨리 파트너사에 신청을 접수시키고 있다. 대행사에서는 4%의 수수료를 챙기고 신청자들에게 10만 달러를 부과하는 값비싼 신원 조사를 한 후 결과를 몰타 정부로 보내고 있는데 앞으로 EU와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관심거리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