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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드골의 회고록은 평생 13권에 달하는 저서를 출간하고 직접 연설문을 쓰는 등 정치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많은 저작을 남긴 그의 마지막 자서전이다. 처음에는 총 3권으로 기획되었으나 1970년 대통령을 사임한지 1년 만에 세상을 떠나자 아쉽게도 1권만이 출판되었다. 파리에서 가깝게 지내던 심상필 박사(전 홍익대 총장)가 2년 전에 번역한 드골 회고록을 최근에 다시 읽은 것은 명철하고 비전 있는 국가 지도자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프랑스 북부 중심도시 릴의 중산층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차대전에 출전했다가 독일군 포로가 되었다. 그 후 사관학교 교수와 페탱 국가 원수 부관으로 근무하면서 저술활동을 했고 2차 대전 때는 기갑 사단장과 국방차관으로 활약했으나 프랑스가 항복하자 런던으로 망명하여 대독 항전을 펼치다가 비시 괴뢰정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2차대전이 끝난 직후 임시정부의 수반·수상·국방부 장관을 역임하고 은퇴했다가 1958년 제5공화국을 출범시키면서 대통령이 된 드골은 프랑스의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 독일과의 화해정책을 펴나가면서 유럽연합(EU)을 태동시키고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확고히 하면서 군비산업, 원자력기술, 항공산업 등을 진작시켜 경제구조를 단단히 했던 대통령으로 꼽힌다.

▶드골 회고록 중에서 독일과의 화해 과정을 서술한 대목은 감동적이다. '1962년 중반까지 독일의 아데나워 수상과 40여 차례 서신을 교환했다.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것이 15회였고 장관들이나 가족들을 동반해서 만난 시간이 1백여 시간이나 되었다… 독일과의 우호협력조약 체결을 앞두고 아데나워와 나는 랭스성당에서 두 나라의 대립과 전쟁의 불행이 영원히 사라지게 해달라고 함께 기도를 드렸다… 이 위대한 독일인이 서거할 때까지 우리 두 사람의 신뢰와 우정은 한결같이 지속되었다'

▶한일 국교수립 50주년을 맞아 '양국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나가야 됩니다' 요지의 박 대통령 연설은 스스로 다짐한다는 것인지 국민을 가르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숙적 독일과의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낸 드골의 회고록을 다시 읽으면서 지도자의 자질과 역사의식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