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난 피해 신혼부부 등 몰려 … 올 1~7월 3.51%↑
경기·서울보다 상승폭 커 … 수요자 매물시세 촉각
"사실, 인천 아니면 갈 곳도 없는데, 생각보다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집 구하는 게 힘드네요."

인천 부평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29·여)씨는 내년 2월 결혼을 앞두고 아직 신혼집을 구하지 못했다. 박씨와 남자 친구는 시댁에서 받은 돈과 저축한 금액을 합친 5000만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해야 한다.

요즘 전셋값을 고려했을 때 어느정도 대출은 각오하고 있다. 박씨와 남자 친구의 한달 수입은 합쳐서 약 400만원 정도이다. 생활비에 더해 대출 이자까지 갚으려면 당분간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게 박씨의 말이다.

예비 신랑은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 중이지만, 가진 돈으로 서울에 집 얻기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박씨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문제는 얼마 전부터 인천지역 전세값이 치솟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이 직장인 남편과 달리 박씨는 인천 남동구에서 일을 한다. 더군다나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돌봐줄 사람도 있어야 해서 친정과 너무 멀어도 안 되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서울로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인천이 마지노선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도 집 문제에서 가장 박씨를 짓누르는 무게는 뭐니뭐니 해도 '전셋값'이다.

KB국민은행의 한 통계를 보면 올해 1~7월 사이 인천이나 서울, 수도권에선 인천 전셋값이 3.51% 올라 이들 지역 가운데 상승 폭이 제일 컸다.

박씨는 "맘 편하게 월세로 시작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부모님이 주변 눈치 때문에 극구 반대하셨다"며 "최근 정치권이 '신혼부부 집 한 채'에 열을 올리는 것이 나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고 씁쓸해 했다.

집도 구하기 전부터 박씨는 2년 뒤 전셋금을 고민하고 있다. 집주인이 올려달라고 하면 그 만큼 박씨 부부의 빚으로 더해질 것이다.

인천 출신 20·30대 신혼부부들이 서울은커녕 인천에서 신혼집 구하기도 버거워하고 있다. 서울을 향한 동경 때문에 예전에는 서울이나 일산, 판교 등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싶은 이들이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처지가 처량해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치솟는 전셋값을 등에 메고 출·퇴근과 육아까지 염두하면서 첫 집 얻는다는 게 점점 쉽지 않아 보인다.

23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역 공인중개사사무소마다 신혼집 알아보는 예비부부들이 적지 않다. 인천이 연고지인 이들도 있지만, 서울이나 부천 등지에서 오는 고객도 꽤 있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지역 업계 사람들은 요즘 인천지역 전세난에 대해 "예전 인천은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 신혼부부들이 전셋값 폭탄을 피하기 찾아오는 '전세 피난처'였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몰린다"라고 말한다.

전세난을 피해 외부에서 몰려든 이들 때문에 인천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과 주변 매물 시세에 가장 민감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했다.

인천 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인천 전세가격이 치솟아 매매가 근처에 도달해도 신혼부부들은 추후에도 부동산 침체가 계속될 거라 생각해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며 "전세 마련할 돈이 부족하면 월세로 살면 될텐데, 매월 나가는 비용이나 주변 눈치 때문에 '반전세' 얻는 것도 꺼려한다"고 귀뜸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는 직장인 조모(32)씨는 "판교에서 살고 있던 부인과 결혼하며, 돈이나 직장 문제로 인천에 신혼집 마련하며 처가 눈치를 많이 봤는데, 지금은 인천에서 살기도 녹록지 않다"며 "얼마 전 집주인이 전세 8000만원짜리 집에 전셋금을 3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해 이사를 준비 중인데, 이제 이 돈으론 인천에서 집 구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