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설 61주년을 맞은 해양경찰이 해체됐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그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동안 서해에서는 중국어선과, 동해에서는 일본어선과 대치하며 우리 바다를 지켜 온 해양경찰에 대한 지원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바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흉기와 맞서다 해양경찰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을 때 마다 온 국민은 분노하며 함께 울었다. 하지만 세월호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사망 295명, 실종 9명이라는 '인재' 앞에 허술한 수색구조는 해양경찰에 치명타를 날렸다. 급기야 그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이 해체되는 수모를 겪고 만 것이다. 정작 해양경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어민들은 걱정이 크다. 중국 어선 1000여척이 대규모 선단으로 백령, 대청 어장을 싹쓸이 하고 있다. 항상 가까이에서 바다를 지켜 온 해양경찰의 빈 자리가 두려울 정도다. 구조구난 뿐 아니라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막아주고, 독도와 이어도에 이어 발전시설까지 경계하는 해양경찰 임무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고 있다. 어민들은 새로운 조직이 해양경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해양경찰로도 중국 어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인데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어느새 해양경찰이 우리 삶 속에서 든든함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현장을 지켜 온 직원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해양경찰이 해체되는 마지막 날. 그들은 따뜻한 위로조차 받지 못했다. 김석균 청장이 강행한 퇴임식 속에는 김 청장만 있을 뿐, 해양경찰은 없었다. 퇴임식 장에는 김 청장이 걸어온 길이 동영상으로 제작돼 상영됐다. 현장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온 해양경찰들의 모습은 결코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전국의 수많은 해양경찰들은 수장에게 조차 조직 해체를 위로 받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수장을 위로하는 상황이 됐다.

해양경찰은 해체됐고, 해양경비안전본부가 출범했다. 어디서나 제 할일을 다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도 높다. 김 청장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남은 자들은 더욱 무거운 짐을 져야하는 처지다. 영토 보다 드넓은 영해를 지켜 온 해양경찰, 그대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 수장으로부터 듣지 못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