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양궁의 선구자' 이충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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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A-인천 비전 2014 프로그램'을 통해 파견된 이충훈 네팔 양궁 국가대표팀 감독이 네팔 대표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충운 감독
선수생활 뒤로 하고 행정가 → 지도자 변신

'비전 2014 프로그램' 통해 현지 감독 맡아

대표팀 지도·선수 처우개선 요구 등 노력

연장계약 체결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 참가

"나를 믿는 선수들과 새 역사에 도전하고파"



"1차 목표는 올 해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 입상, 최종 목표는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최강국인 한국을 이기는 것입니다."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인천 비전2014 프로그램'에 따라 지난 2012년 11월 파견나와 네팔 양궁 국가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이충운(44) 감독의 당찬 포부다.

네팔은 지난 2010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복싱 종목에서 획득한 동메달 1개가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네팔은 오는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이를 반드시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이충운 네팔 양궁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리잡고 있다.

네팔 양국대표팀은 이 감독의 지도 아래 열악한 훈련 환경 속에서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메달 획득이라는 꿈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인천 구월중학교와 선인고등학교에서 양궁 선수 생활을 한 이 감독은 군 제대 후 한 동안 방황하다 지도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24살 때 카이로프랙틱(그리스어에서 파생된 말로 손을 뜻하는 '카이로(cheir)'와 치료를 뜻하는 '프랙틱스(praxis)'의 합성어다. 약물이나 수술을 사용하지 않고 예방과 유지적인 측면에 역점을 둬 신경, 근골격계를 복합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의미한다)을 배우는 등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2년 뒤 인천여중과 인천서면초등학교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어려움을 겪는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각에서 들이대는 편견에 시달려야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의 불합리한 관행과 종종 마주쳐야했다.

이른바 '주류'에 속하지 못했던 그는 결국 자의반타의반 양궁계를 떠났고, 생활터전도 서울로 옮겨버렸다.

▲ 이충운 감독.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중 당시 이달영 인천양궁협회장으로부터 "다시 돌아와 협회 일을 맡아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은 이 감독은 인천협회 홍보이사로 양궁인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지도자에서 행정가로 변신해 인천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듯 했던 이 감독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하나의 상황이 만들어진다.

행정가의 삶도 나쁘지 않았지만 여전히 지도자의 삶을 동경했던 이 감독에게 해외(네팔) 파견 지도자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온 것이다.

당시는 인천이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하면서 스포츠약소국 지원을 위해 마련한 OCA-인천 비전2014 프로그램이 한창 가동 중이었다.

이를 통해 이 감독은 지난 2012년 11월 네팔로 날아갔다.

'일을 내보겠다'는 각오로 네팔에 도착해 양궁 대표팀의 현실과 직면했을 때, 한국과 달리 너무 열악한 훈련 환경에 실망도 했지만 이 감독은 곧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주어진 조건 아래서 선수들을 열심히 가르쳤다.

다른 한편으론 네팔 체육계 관리들을 만나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선수들의 대변인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자 선수들은 물론, 이 감독에게 쓴소리를 들어야했던 네팔 체육계도 이 감독을 믿음과 신뢰로 대하기 시작했다.

1년 계약이 끝나가는 시점이되자 네팔 체육계는 OCA-인천 비전2014 프로그램을 함께 가동하고 있는 인천시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를 통해 이 감독과의 계약 연장을 강하게 원했다.

결국, 1년 더 계약이 늘어났고 이 감독은 자신이 지도한 네팔 선수들을 데리고 직접 고향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네팔이 좋다기보다 양궁이 좋았습니다. 날 원하는 곳에서 날 신뢰하는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이 감독의 이 같은 진정성과 지도력은 네팔 체육계를 움직였고, 이는 네팔 육군의 양궁팀 창단(2014년 11월 예정) 약속으로 이어졌다.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나면 OCA-인천 비전2014 프로그램이 중단됨에 따라 네팔 국가대표 감독에서 물러나게되는 이 감독에게 네팔 체육계가 내민 보답이다.

이로써 이 감독은 2014년 말부터 네팔 육군 양궁팀 초대 감독을 맡아 향후 5년 동안 선수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양궁 팀이 육군에 생긴 이유는 네팔 안에서 수입 걱정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거의 유일한 집단이 군인이기 때문"이라며 "3년 정도 제대로 훈련을 한다면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꺾는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카트만두(네팔)=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OCA - 인천 비전 2014 프로그램은

스포츠 약소국 코치·장비 등 지원



'OCA-인천 비전2014 프로그램'은 스포츠약소국을 지원하고자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인천이 아시아경기대회 유치를 결정하면서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약속했고,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시행되고 있다.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몇몇 스포츠 강국만의 축제가 아니라 모든 참가국이 메달 획득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주요사업은 ▲아시아 청소년 스포츠 유망주 초청훈련 ▲아시아 스포츠 저개발국에 대한 코치 파견 ▲스포츠 시설 및 장비지원 등이다.

OCA 3인, 인천시에서 3인 등 총 6명으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1년에 2회 이상 회의를 열어 지원대상 NOC 및 사업을 결정하고, 이들에게 스포츠 시설 및 장비를 지원한다.

그동안 OCA-인천 비전2014 프로그램을 통해 28개국 600여명의 선수들이 각종 지원을 받았고, 이들은 런던 올림픽 출전은 물론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실제 프로그램 취지처럼 아시아 스포츠의 균형있는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