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인터뷰 / 나근형 인천시교육감
   
▲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3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남은 임기 동안의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수능 등급이 학력과 동일시돼선 안된다는 말, 전적으로 공감해요. 사실 여론이 한 쪽으로 흘러서 그렇지 인천에 수능 1·2등급 학생 적은 것,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천이 수능성적 좋은 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회적으로 학생의 학력을 평가하는 잣대란 게 아직은 시험성적이거든요. 결국 남은 임기 3년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지요."

취임 1년을 맞은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소감 첫 마디부터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기초학력·인성교육보다 이른바 '수월성' 교육이 중시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에 대해 의견을 묻자 '둘 다 잘해야 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나 교육감의 세 번째 임기 지난 1년 열쇳말은 무엇보다 '학력향상'이었다.

나 교육감은 지난해 말 인천의 학력향상을 이끌어 갈 10개 선도학교 육성에 2014년까지 28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임기 미추홀외고 설립에 이어 올해엔 자율형 사립 인천하늘고 개교, 부평 진산고의 인천 제 2과학고 전환 등도 잇따라 추진했다.


▲ 취임 1년 소감은.

- '교육엔 답이 없다'는 말을 새삼 되새긴다. 인천교육의 수장으로서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물론 내 개인적 원칙은 확고하다. 인천 교육청의 슬로건이 '바른 인성과 실력을 갖춘 창의인재 육성'이다. 됨됨이가 돼 있고 공부도 잘하는 인재상이다.
그런 인재를 키워내는 방법에서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회가 대학에 서열을 매겨놨고 대학은 학생에게 순위를 매겨 선발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 잘하게 하는 것, 교육감으로서 어찌보면 가장 걱정해야 할 문제다.
그래서 학력향상 선도학교도 지정하고 이른바 특목고도 새로 만들고 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학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당연히 방과 후 학교도 생각하는 것이고 야간 자율학습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다보니 지난 1년 새 여론이 다소 안 좋아진 듯 하다.
좀 억울한 면도 있다.
학생들 성적 올리려고 이런저런 사업을 펴면 교육청이 입시만 중시한다고 하고 수능시험에서 1·2등급이 적게 나오면 또 교육청이 학력을 못 끌어올린다고 뭇매를 맞는다. 진퇴양난으로 몰리는 것이다.
지난 1년 가장 많이 생각한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솔직히 쉽지 않았다.


▲ '학력'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교과서적인 얘기이지만 다시 한 번 규정내리자면 학력은 기초·보통·우수 셋으로 나눌 수 있다. 단순히 성적이 높고 낮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기초학력은 그야말로 모든 학생이 갖춰야 하는 기본이다. 이를 바탕에 깔고 좀 더 깊고 넓게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은 그에 맞게 학력을 더 키워줘야 한다.
수능 1·2등급이 많다고 인천의 학력이 반드시 높으냐하면 그렇지 않다. 수능 등급은 어찌보면 지엽적인 지표다.
인천의 기초학력 수준은 꾸준히 올라왔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수준에 못 미치는 학생 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
2009년과 2010년을 비교해 보면 1년 사이에 기초학력 미달률이 줄어든 폭이 전국 16개 시·도 중에 두 번째로 컸다. 내가 생각하는 학력향상의 한 축이 이 것이다.


▲ 취임 후 우수학생 유출을 막기 위해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수한 학생들이 사회인이 됐을 때 인천에 남아 일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어떻게 보나.

- 중요한 얘기다. 공부 잘하는 초·중학생 애들이 타 지역 외고나 과학고로 가는 건 붙잡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그 학생들이 좋은 대학을 나와서 인천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게 만드는 일이 어쩌면 우리 교육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나 자신 서울에서 사범대를 나와 인천에서 교편을 잡았다. 고향이기도 했고 인천을 위해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사범대를 나온 다른 동기들은 대부분 서울에 남았다. 좋은 학교, 좋은 자리로 많이 갔다.
그래서 돈은 많이 벌었을지 모른다. 폄훼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자란 지역을 위해 사는 게 그 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는 내 생각을 말하는 거다.
교육의 성과는 물론 국가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지역적인 사안이다. 인천교육이 지향할 방향은 교육을 통해 인천이 발전하는 것이다. 자사고와 외고, 과학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바탕에선 인천의 발전을 당연히 고민하고 있다.


▲ 인천교육이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하는 인천의 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 한 마디로 개척정신이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인천은 모든 게 첫 번째였다. 우리가 서양문물이라 부르는 문화가 전부 인천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지난 100년 간 역사적 곡절도 많았다. 그러면서 난관을 헤쳐가는 개척정신이 인천에서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학생들에게 이 개척정신을 가르쳐주고 싶다. 인성교육의 중요한 대목 중 하나다.


▲ 지난해 취임 당시, 효 교육을 강조했다. 성과가 어떤가.

- 사실 효 교육은 학생들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마음에 관련된 일이니 가시적 성과를 산출하기가 어렵고 꼭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방금 얘기했지만 인재들이 인천을 위해 일하는 첫 출발이 효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효는 복종이 아니라 존경이고 사랑이다. 부모님을 사랑하고 감사하게 만드는 게 효 교육이다. 그러면 자연히 이웃을 사랑하게 되고 나아가 지역에 애착심이 생긴다.
앞서 성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교육의 성과를 판단하는 게 참 어렵다. 교육은 육상 종목의 기록단축이 아니다. 물론 우리 교육청이 정책을 잘 펴서 무슨 등수가 올라가고 높은 점수를 받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얼마 전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종합평가에서 지난해 6위였던 게 2위로 올라갔다. 교원과 학생, 직원 모두가 일군 성과다.
그렇다고 순위나 점수가 교육의 목표가 되는 건 아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원칙을 갖고 일을 하다보면 성과야 자연히 좋아지는 것 아닌가.


▲ 소위 '자기주도 학습'이 유행처럼 돼있다.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자기주도 학습은 이 시대의 패러다임 수준에 해당하는 큰 화두다. 우리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고 돼야 하는 가치라고 본다. 이 말이 유행한다는 건 그 만큼 우리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지 못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자기주도 학습은 남은 임기 3년 가장 큰 숙제다.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이 자기주도 학습을 몸에 익히도록 하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
방과 후 학교나 야간 자율학습을 두고 밖에선 강제적이다 아니다 논란이 많은데 사실 자기주도 학습을 겨냥한 정책들이다. 공교육이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유도하려는 시도다.
자기주도 학습에서 핵심은 동기유발이다. 두 가지는 사실상 동의어라고 봐도 될 정도다. 스스로 공부에 대한 동기를 가지면 나머지는 알아서 다 된다. 자기주도 학습 연구학교 운영과 광범위한 독서장려 등 여러가지 방법을 쓰고 있고 앞으로 더 확대해 갈 생각이다.

/노승환기자 berita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