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독립 새청사'건립 앞둔 극지연구소 이홍금 소


 

   
 

위인전에서 만나는 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센(1872~1928년)이 지구의 남쪽 땅끝에 깃발을 꽂은지 올해로 100주년이다.

허술하고 꾀죄죄했을 가죽옷은 가볍고 따뜻한 방한복이, 순록이 이끌었을 나무뗏목은 첨단 장비를 갖춘 쇄빙연구선이 대체한 지금.

미지의 대륙 남극에서 열릴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는 대한민국의 노력이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송도 독립 새청사 건립을 한 달여 앞둔 대한민국 극지연구소 이홍금(56) 소장을 갯벌타워(Get Pearl Tower)에서 만났다.


우선 극지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가 궁금하다.

이 소장은 "남극과 북극에 연구기지를 세우고 연구선을 운영하고 기후변화와 인류 미래에 도움이 될, 아직 규명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기관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갑아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자원, 써 본 적 없는 에너지를 발굴하고 또 쓸 수 있을지 여부를 알아보는 일도 하죠. 무엇보다도 지구촌 공통의 이슈인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 수행이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극지와 기후변화가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일까.

"극지는 지구 상의 다른 어느 지역, 어느 국가보다도 기후변화와 밀접한 상관이 있는 곳이죠. 남극이나 북극의 심층수 수온의 변화와 그에 따른 해류의 흐름이 지구 전체의 연쇄적 해류 순환에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 곳곳의 기상 현상을 변화시킵니다. 가령 극지 얼음이 많이 녹아서 태양에너지 반사율이 낮아지면 지표에 흡수되는 태양에너지 양이 급격히 커져 이상기후를 초래하게 되고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는 식이죠. 지난 겨울 한국의 한파는 그런 식으로 북극의 온도가 높아져 더운 공기가 올라가고 찬 공기가 밀려 내려오면서 발생된 것인데요, 비슷한 이유로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선 폭우가 내렸고 유럽은 폭설을 경험했지요."
 

   
▲ 지난 2009년 9월 이홍금 소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북극다산기지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제공=극지연구소


현 시점에서 한국 극지연구의 위상이 어떤 수준인지가 궁금해진다.

"이 분야 선진국들은 이미 6·25전쟁 때 남극과 북극에 연구기지를 세웠습니다. 한국에 그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 후발국이지만 맹렬히 따라잡아 선진국 수준 진입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정치·경제적으로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현재에 발맞춰 지구촌이 바라는 기대에 부응할 수 딱 적합한 분야가 바로 기후변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인천항을 모항으로 하는 국내 최초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에 대해서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아라온 호는 우리 연구소 보유 첫 이동기지인데다 연구소 가까이에 있어 자연스럽게 인천항이 모항이 됐죠. 앞으로 송도신항이 완성되면 이곳이 아라온 호의 모항이 될 것입니다."

그는 "아라온 호는 오는 7월 15일 인천항을 출발해 북극으로 향합니다. 오호츠크해와 북극해를 다니면서 해양 특성, 선박 움직임, 빙산의 해빙 정도와의 상관관계, 중국 해양연구진과의 북극해 해류이동 탐사, 북극해 퇴적물 분석을 통한 기후변화 연구 등의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연구소 둥지를 인천으로 정하게 된 배경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세계를 선도할 글로벌 기관으로 도약하는 게 우리 목표입니다. 국제공항과 가깝고 연구선의 모항도 가까이 둘 수 있는 점이 인천의 장점이었지만 무엇보다 연구소 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이 송도행(行)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글로벌대학캠퍼스와 지식정보산업단지에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소가 들어서고 글로벌 기업이 몰려드는 송도는 향후 진행할 세계 각국과의 공동연구 수행에 있어 최상의 입지 여건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장은 "우리 연구소에 대한 정부와 인천 지역사회의 협조에 감사 드린다"며 "특히 인천시와 시민들이 우리 연구소의 새청사 부지를 제공해 준 사실은 '코리아'란 이름을 내걸고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연구소 활동에 엄청난 힘이 돼주고 있다"고도 했다.

연구소 새청사 건립엔 882억 원이 투입돼 송도5공구 3만5천887㎡ 터에 1단계(본관, 연구동, 극지지원동, 기숙사)와 2단계(특수실험동, 극지시료보관동, 극지과학홍보관)로 나눠 지어질 예정이다.

7월 첫 삽을 뜬 뒤 2015년 준공 일정이다.

그는 "저도 어렸을 땐 미래에 대한 목적의식보단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자유롭게 들여다보고 기웃거리는 평범한 소녀"였다면서 자녀 교육에 매달리는 학부모들이 너무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관심 있고 흥미 가는 분야를 자유롭게 모색하다 보면 하고 싶은 걸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돼요. 그렇게 시작하면 아는 것 없이 출발했고 모르는 게 많아도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어서 계속 파고들게 되는 겁니다. 또 그렇게 시작해야 남이 하지 않는 것,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호기심으로 덤벼볼 수 있을 거고요."

결코 평탄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길을 후회해 본 적 없다는 그다.

소장으로서 임무를 끝내면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 현미경을 들여다 볼 참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송영휘·사진=정선식기자 ywsong2002@itimes.co.kr


● 한국의 극지연구 도전

- 1987년 한국해양연구소 산하 극지연구실 신설
- 1988년 남극세종과학기지 준공
- 1990년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실, 극지연구센터로 확대 개편
- 2002년 북극 다산과학기지 개설
- 2004년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설립
- 2006년 연구소,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이전
- 2009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건조 및 남극 첫 출항
- 2010년 남극장보고과학기지 건설지 확정, 아라온호 북극 첫 출항
- 2011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내 독립 신청사 건립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