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출신 가수 허각


어려서부터 쌍둥이형과 지역 노래대회 우승 싹쓸이
'위탄' 동향 출연자들과 인천서 공연 기회 생겼으면

 

   
▲ 음악전문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데뷔음반을 준비하고 있는 가수 허각이 자신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윤상순기자youn@itimes.co.kr


지난 27일 방영된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에서 인천 출신 이태권이 2위에 올랐다. 이날 방송은 전국 21.8%를 기록,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다음 날인 2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선 케이블 방송 Mnet의 '슈퍼스타K 3' 인천 예선전이 열렸다. 체육관엔 2만여명의 신청자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바로 1년 전 이 장소를 떨리는 마음으로 찾았던 한 청년은 그 해 10월, 가수가 되고 싶단 꿈을 이뤘다. 슈퍼스타K 2에서 우승한 허각이다. 그는 7개여 월이 지난 이날 자신이 오디션을 봤던 현장을 다시 찾았다.

▲가수로 다시 찾은 인천

"와, 작년이랑 많이 다르네요. 그 땐 이런 홍보간판 같은 것도 없었는데 참가자들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많긴 하나 봐요."

허각은 행사장 안에 설치된 슈퍼스타K 세움간판을 보고 감탄했다. 지난해 예선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화려한 홍보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처럼 꿈을 이루려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이날 깜짝 출연했다. 낮 최고 기온이 28도까지 오른 무더운 날씨였지만 참가자들은 대회장 여기저기서 쉼 없이 연습하며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땀 흘렸다.

"많이 설레네요. 알아봐 주는 사람도 많고 응원해 주는 사람도 많고 오늘은 특히 기분이 좋아요. 저녁에 부평에서도 공연하거든요. 부평풍물축제라고 인천에서 큰 축제 중 하나에요. 제가 슈퍼스타K로 유명해지기 전에 종종 노래대회에 나갔던 축제입니다. 오늘까지 합하면 4번째네요. 전엔 노래방기계 반주에 맞춰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불렀지만 오늘은 제 노래 '언제나'와 '하늘을 달리다'를 부를 예정이라 더 기다려집니다."

그동안 그는 인천에서 많은 공연을 하지 못했다. 그를 쉽게 볼 수 없는 지방 팬들을 위해 전국 각지를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에 열린 연평도 포격 피해주민을 위한 위문공연은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행사가 진행된 인천종합문예회관 야외광장엔 별다른 무대시설이 없었다. 무대 없이 길에서 노래 부르는 그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자 가수를 무대도 없이 초청했다며 주최 측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그 때 전 오히려 의외였어요. 주민들을 위한다는 마음에 별 생각 없이 노래를 했는데 팬들이 보기엔 안타까웠나봐요. 전 데뷔 전에도 길거리 공연을 많이 해 봐서 전혀 낯선 환경이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시민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외모도 노래실력도 꼭 닮은 쌍둥이 형

허각은 데뷔 전에도 그의 형과 함께 인천에선 유명했다. 쌍둥이 형 허공도 그 못지 않게 노래를 잘불러 쌍둥이 가수로 알려졌다고 한다.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두 분 다 노래를 즐겨하시고 TV도 노래 관련 방송을 많이 보셨거든요. 유치원 때도 다른 친구들이 뽀뽀뽀같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볼 때 형과 전 가요무대를 봤어요. 생애 첫 무대도 7살 무렵 아버지 회사 노동조합 야유회에 따라가 노래 불렀던 때에요. 이후 중학교 1학년 때 주안역 근처에 큰 쇼핑몰이 생기면서 개최된 노래대회가 정식무대였죠. 당연히 1등을 했고요."

그가 익살스럽게 웃어 보인다. 상금으로 탄 쇼핑몰 상품권 30만원은 형제가 나란히 반으로 나눠 가졌다.

"30만원은 상당히 큰돈이었죠. 옷 사고 맛있는 것 먹고 용돈도 했어요. 그 때 처음으로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재능도 있고 돈도 벌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때부터 인천에서 열리는 노래대회는 거의 다 나가서 우승을 싹쓸이를 했죠."

당연히 학교에서도 유명해졌다. 점심시간이 되면 다른 반 친구들까지 놀러와 노래를 신청하곤 했다. 학교에서 노래 좀 한다는 친구들과는 노래대결을 하기도 했다.

"어릴 땐 락 음악을 좋아했어요. 국내노래는 얀의 '그래서 그대는'이나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을 즐겨 불렀죠. 특히 스틸하트의 '쉬스곤'은 노래 좀 한다는 친구들 사이에서 잘한다, 못한다를 가릴 수 있는 척도였어요."

청소년 시절 락에 심취했던 그는 20살이 넘자 다른 장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SG워너비 같은 가수들이 나왔는데 노래들이 좋더라구요. 흔히 말하는 소몰이 창법에 빠져 노래 부르는 스타일이나 목소리가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졌어요. 음역대가 많이 낮아졌죠. 형은 락을 여전히 고집했어요. 그래서 그 이후 무대에선 약간 가늘고 높은 음역대의 형 목소리와 낮은 제 목소리가 조화된다고 사람들이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같이 공연은 하고 있지만 프로젝트 앨범 형식으로 듀엣 곡을 불러보고 싶어요."

 

   
 

▲다음 목표는 가요 프로그램 1위

허각은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늘어난 체중 때문에 공연에서 힘들기도 하고 팬들에게 보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목표는 8㎏ 감량이지만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던 동료들과의 만남 때문에 쉽지 않다. 인터뷰 전 날에도 존박과 김지수, 김소정과 만나 술 한잔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방송이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출연자들은 자주 만나는 편이다.

"다들 각자 데뷔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틈틈이 공연 무대에 서기도 하고. 재인(장재인)이는 어제(27일) 공중파 방송에 데뷔했잖아요. 무대 끝나고 다들 보고 싶다고 전화했더라고요. 데뷔 무대라 긴장됐는데 오빠, 친구들 봤으면 더 힘이 나서 잘 했을 것 같다고. 가끔씩 지난 해 연말에 진행했던 '탑 11 콘서트' 때처럼 다 같이 공연하고 싶단 생각도 해요."

그는 요즘 함께 만나 공연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다. 위대한 탄생에서 화제를 모았던 출연자들 특히 이태권, 손진영, 노지훈은 인천시민이란 동질감이 들어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방송 보면서 응원 많이 했죠. 특히 노지훈씨는 저랑 많이 비슷하단 생각을 했어요. 어려운 가정형편이지만 노래를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죠. 다 같이 한 번 만나서 얘기도 하고 노래도 불러보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장소가 인천이라면 더 뜻 깊겠죠."

허각은 현재 앨범 준비 중이다. 지난해 11월 싱글앨범 '언제나'에 이어 두 번째 앨범이다. 정규앨범일지 싱글앨범이 될지 아직 모르지만 선곡되는 노래들을 하나하나 익히고 녹음하고 있다.

"현재로선 목표가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는 거에요. 일단 가수가 되고 싶단 첫 목표는 이뤘으니까 다음 단계를 위해 열심히 해야죠. 처음부터 큰 꿈을 세우지 않고 바로 앞에 내가 이룰 수 있는 목표들부터 하나씩 이뤄갈 생각이에요."
/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