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에서 뱃길로 75㎞ 떨어진 옹진군 덕적면 소야분교 학생들이 처한 교육현실이 안타깝다. 소야도는 현재 112가구 250여명이 살면서 유치원생 2명, 초등학생 10명, 중고등학생 11명이 다른 섬(덕적 본섬)으로 통학하고 있다. 산 넘고 바닷길을 작은 통통배로 건너 다시 산을 넘어야 도착하는 덕적초등학교와 덕적중·고등학교로 등하교하고 있다. 날씨가 나쁠 때나 통통선 야간운항 제한 등으로 등하교가 통제되는 궂은 일이 빈번해 학업에 지장이 초래되기 일쑤다.

소야분교 폐교 이래 일부 학부모는 생계가 달린 정든 고향을 등지고 자녀교육을 위해 학교가 있는 곳으로 속속 이주하고 있다. 부득이 생활터전을 떠나지 못하는 가정은 수개월에서 몇년씩 부부가 떨어져 생활하기도 한다. 그 결과 가정은 정신적·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1999년 3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한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 때문이다. 도서지역 교통수단은 기상에 의해 통제되는 특이성이 있기에 통곡하고 싶은 답답한 맘에 교과부와 인천시교육청에 수차례 분교 설치 요청 민원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정책상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교과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 가운데엔 '단, 부득이한 학교설립은 지역기관장의 협조로 작고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국민의 4대의무 중 하나인 교육의 의무는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어린 학생들에게 중요한 과제다.

단지 학생수가 적은 섬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온전한 공교육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받는다면 아이들에게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정치·경제논리에 의해 백년대계인 교육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소규모학교 폐교정책은 '젊은 사람들은 섬을 떠나라'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옹진군청이 섬학교 개교에 관해 주민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소야도주민 96%가 '학생의 미래를 위해 교육장소가 반드시 필요하다'의 찬성의견을 냈다. 학부모를 상대로 한 소야분교 개교 진정서 서명엔 100%가 찬성했다.

소야도 학생들은 수업종료 후 덕적부두에 도착하면 종선 운항시간까지 선창가 해변이나 갯바위 등지에서 기다려야 해 방과후수업 등 다양한 학교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등교는 했지만 폭풍이나 태풍으로 종선운항이 중단되면 진3리 등 인근 동네의 동료나 친척집에서 숙박해야 한다.

급기야 옹진군은 옹진발전과 살기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필연적으로 섬학교 설립이 절실하다고 보고 소야분교 개교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소야분교 개교추진위원회도 교과부장관, 인천시교육감 등에게 소야분교 개교와 소야도 중·고등학생용 기숙사 건립 진정서를 냈다. 지역언론을 비롯 시의회, 시교육위원회, 군의회 등도 소야분교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전남 신안군은 '1섬1분교' 원칙을 정하고 현재 모두 23개 섬학교를 운영중이다. 옹진군의 7개 섬 학교와 대비된다. 신안 추포분교는 학생수 7명에 불과하지만 학생들은 방과후에도 교사로부터 계속 지도를 받고 있어 성적이 향상됨은 물론 한자, 컴퓨터, 자격증, 친절지도 등도 교육받고 있다.

소야분교개교추진위 회원 99명은 최근 고향 소야도를 찾아 '인천시교육청은 소야분교 개교하라!!'는 펼침막을 게첨하고 현지주민들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심판 청구와 함께 소야분교 개교 건립기금 모금운동 전개를 다짐했다. 도시학생이나 섬학생 모두 대한민국의 학생이다. 시교육청 차원의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마련을 간곡히 호소한다.
 
/김태흥  소야분교개교추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