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인천 앞바다에 있는 천혜의 섬 굴업도를 처음 찾았던 것은 1995년 겨울이었다. 당시 정부당국에서는 굴업도를 핵폐기물 저장장소로 지목하고 있었고 인천 시민사회는 이를 적극 반대하면서 저지운동을 펴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비율이 높고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생태계가 제대로 보존되고 있는 몇 안되는 섬은 끝까지 지켜야한다는 것이 인천시민들의 한결같은 여론이었다. 핵폐기장으로 전락할 뻔했던 굴업도를 지켜낸 것은 인천의 최현대사 시민운동의 성공적인 상징이라고 필자는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인천 앞바다의 갯벌이 신도시건설로 점차 사라져가고 있고 몇 안되는 섬들에도 화력발전소 등이 들어서면서 우리고장의 환경파괴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굴업도에 골프장 등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민간사업자에 의해 입안돼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되었다.
그동안 굴업도를 관광단지화하기 위해 민간업자는 섬을 통째로 사들여 골프장(14홀)과 호텔(220개실)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한강유역환경청과 인천시 당국과의 협의를 계속해왔다. 이 과정에서 굴업도의 특수한 생태계와 자연환경 파괴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지역언론도 부정적인 기사와 논평이 주류를 이루었다.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필자는 인천시민이 한마음이 돼 지켜낸 굴업도를 관광단지화해선 안되며 자연 그대로의 섬이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여러 위원들로부터도 지지발언을 얻었다. 일단 굴업도가 골프장과 호텔이 들어서는 섬으로 변모될 뻔했던 위기는 넘겼지만 앞으로 범시민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시도시계획위원으로 참여한지는 일천하지만 그날처럼 보람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