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부평공장 구매기획팀 권순항 부장(46)은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피를 말리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협력업체의 납품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퇴근시간은 보통 밤 11시가 훌쩍 넘어간다.

 권부장의 주요 일과는 협력업체들에 부품 공급을 원활히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이들 업체의 현금지급요구를 달래는 것.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협력업체와 그 동안 맺은 관계에 호소하며 부품의 적기납품을 설득하고 있으나 업체들의 상황도 어려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어음 할인 조차 받지 못하는 협력업체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 아니지만 현금이나 보증을 요구하며 납품을 거부할 때면 야속한 마음과 함께 자괴감마저 듭니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대우자동차는 망하지 않으니 제발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루에도 수 백번씩 하고 있다는 그는 정부와 채권단이 기업을 살리겠다면서 자금지원을 외면하는 데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최소한 공장가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580여명의 구매담당 직원들은 1만개가 넘는 자동차부품 가운데 단 몇개라도 적기 조달이 안되면 조업에 차질을 빚게 될까봐 매일 협력업체 직원들과 은행을 찾아다니며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협력업체가 부도가 날까봐 매일 야근을 하며 동향을 점검하는 등 피를 말리는 구매 전쟁을 하고 있는 것.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최근 내수 및 수출 호조로 주·야 2교대 근무에 들어 갔으나 일주일도 못가 야간 조업을 단축해야만 했다.

 주로 대기업들이 공급하는 철판 타이어 시트 등 핵심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이어의 경우 평소 물량의 50%정도밖에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엔진 등 주요 부품도 은행들의 수입신용장개설 기피로 구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우자 부평공장은 지난달 부품 조달이 안돼 4천5백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어 8월중 수출용 차량을 제대로 선적조차 하지 못했다.

 『차 한 대라도 더 생산하기 위해 직원들이 발버둥을 치고 있으나 사정은 갈수록 나빠만 지고 있어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 일주일을 넘기기가 힘들겁니다.』

 타이어가 없어 다른 차 타이어를 일단 끼운 뒤 다시 교체하는 이중 작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는 산자부 금감위를 포함한 정부 각 부처와 채권단 등 여기저기서 매일 자료만 요청할 뿐 정작 공장 가동에 필요한 대책은 나 몰라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달에 완성차 5만대, 조립 부품 1만5천대 등 모두 6만5천대 수출 계획이 있으나 현재로선 얼마나 수출이 가능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지난 79년 대우에 입사해 20여년 동안 주로 구매 업무를 담당해 온 권부장의 한숨섞인 목소리다.

〈양순열기자〉 pmyang@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