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핸드폰」

 요즘 고등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다. 이 유행어는 청소년들이

핸드폰을 갖기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최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커피숍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자장면, 피자를 나르는 배달원, 앳된 모습의

주유원 등 청소년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모은 돈은 유행하는 가방이나

전자제품, 힙합바지 등 청소년들로서는 값비싼 것을 사는데 주로 지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청소년들이 예전과 같이 학비나 순수한 용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자신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며 이런 왜곡된 소비생활을 통해 형성된 단순한 의식구조와 분별력

없는 생활방식이다.

 최근의 경제위기 하에서 청소년들의 소비생활을 알아본 연구기관의

분석에 의하면 여전히 고가품, 외제품을 선호하고 있으며 백화점을 통한

상품구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가정·사회 속에서 기성세대와의 문화적

간극과 급속한 통신발전에 따른 대중매체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상품광고, 더욱이 기성세대가

접했던 품질위주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광고기법은 이들의 소비심리를

사로잡고 있다.

 유명연예인을 본 뜬 힙합바지에 색깔있는 머리 등등으로 장식한 일단의

유행들은 학생들을 끊임없이 밤거리로 내몰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소비행태를 만들어가며 그들만의 세상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청소년·학생이란 무시못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이들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면 기성세대들은 이에대해 걱정은 해도 관심부족으로 뚜렷한 대책은

세우지 못한 채 그대로 수용하고 마는 형편에 몰리고 있다.

 대중매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최화자씨(51·인천경실련

대중매체연구회장)는 『TV의 상품광고와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청소년을

겨냥한 편성과 제작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고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보다 대중매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무장해제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청소년 건전 여가생활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최근 많이 보급돼가고

있으며 유해감시단체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청소년에게 민감한 소비생활과 관련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대안마련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흥사단에서 위탁운영하는 서울지역의 강서청소년회관은 「생활체험

캠프」를 통해 어린이들이 정해진 생활비로 가정생활을 직접 설계하고

운용하는 프로그램을 마련, 알뜰한 소비생활을 가르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경제교육과 함께 용돈 기입장 등을 통해 건전한

소비와 절약정신을 기르기도 한다.

 기업의 판매일변도의 경쟁과 대중매체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건전 청소년문화와 생활방식을 지켜나갈 청소년·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각 가정에서의 노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김송원·교육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