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사의 임기 후반 남은 과제 / 정흥모 경기본사 정경부장
민선 3기 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3년여를 흘러가고 있다. 지방자치는 이 짧은 기간 동안에도 많은 변화를 수반했다. 이제 한번쯤은 남은 임기를 위해 평가를 받고 자세를 가다듬을 때가 됐다.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는 짧고 아직 미숙하다. 그만큼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 역으로 제도보다는 단체장의 리더십에 기대는 요소가 많다는 얘기다. 현 단계에서 단체장의 리더십은 그 평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치권에서의 영향력이나 비중으로 인해 수시로 여론의 중심에 섰던 경기도와 손학규 지사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고, 여론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 대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관심이기도 했지만 국내 최대 단체장으로서 보여준 정책능력에 있어서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특히 임기 초반 비경제전문가라는 일반의 우려를 불식하기라도 하듯 첨단기업유치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빈번하게 미주와 유럽, 일본 등 전 세계를 누볐고 노력은 성과로 속속 결집됐다. 성과들은 다시 IT와 생명 등 첨단산업 벨트로 지역사회의 공간을 재편했다. 남부지역은 물론 온갖 규제로 낙후됐던 북부지역도 첨단현장으로 탈바꿈하면서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과도한 수도권 규제의 틈새를 뚫기 위해 인허가 과정을 축소하고 감사관행을 혁신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관심으로 기업인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성과다.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했지만 일정시기 지방과 상생협약을 맺은 것도 타협할 줄 아는 유연한 리더십으로 호응을 받을만하다. 당내의 수구세력과 결연히 맞서고 진보진영의 수구적 태도를 과감히 비판하면서 자신의 입장과 노선을 분명히 제시하는 모습도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로서 보기에 좋다.
분단국 지도자로서 평화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관심도 성취다. 분쟁국의 상징이었던 동티모르의 구스마오 대통령이 평화축전에 초청되고 평화사절단의 활동이 눈부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성과는 지방자치의 학습효과다. 지난 3년 동안의 투자는 손지사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고 경륜을 보탰다. 치열한 국제경쟁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현장에서 체험하게 했다.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길러줬고 자신감도 심어줬을 것이다. 집단적 체험의 가치도 충분히 누렸다. 손지사를 돕는 많은 우군들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손발을 맞췄기 때문에 그 가치는 충분히 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같은 학습효과와 혜택이 도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했다는 점은 숙제로 남는다.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측근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외부 인사들이 산하단체의 공조직을 독점했다. 학습효과의 독과점 현상은 당연한 결과다.
행정 내부의 개혁도 숙제다. 손지사 자신은 많은 권한을 위임했다고 하지만, 지금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단지 몇 사람의 전횡’이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인사에서 요직에 기용된 몇몇 사람을 보면 누구의 계보인지 쉽게 알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누가 누구누구의 계보라는 식이다. 공직사회에 계보라니. 단지 몇 사람이 중용되고, 단지 몇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혁파해야할 관행들은 오랫동안 용인되면서 구축되는 현상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손지사에게 기대했던 것은 오히려 성과로 집약되는 치적보다 행정내부의 개혁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분명한 것은 기대했던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과 진전이 예상외로 적었다는 점이다.
운동화 끈도 다시 매야하지 않을까. 마무리를 한다는 측면에서나, 먼 길을 가야한다는 점에서도 조직을 점검하고 추슬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위 측근이라는 사람들은 1차 점검 대상일 것이다. 막말로 어떤 세상인데, ‘나중에 보자’는 식의 공갈과 협박이 날아다닌다. 오만하다는 비판이 맞서고, 마치 대통령 다 된 듯한다는 비아냥도 시중에서 자주 들리는 얘기다. 믿거니 맡겨둔 각종 조직에서 물과 기름처럼 띠를 형성하고 정나미 떨어뜨리는 수하는 없는지 눈여겨볼 일이다.
정치를 ‘권력의 작용’이니, ‘조정’이니 뭐 그리 어렵게 얘기하는가. 정치란 그냥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고, 얻는 지름길은 무릇 권력이 겸손해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