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침 일찍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본보 2일자에 실린 ‘피서철, 인천시 관광대책 뒷짐’ 기사를 보고 연락한다는 내용이었다. 해수욕장 관계자인 그는, 사람들은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데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해마다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해수욕장은 비록 한 철 장사지만 관광객들을 계속 오게 하려면 쾌적하고 깨끗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번영회나 군·구 차원에선 불가능하고 인천시 차원에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인천시가 모든 것을 현지인들에게 떠맡긴 채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천시는 올 초 수백 만평에 이르는 영상단지를 조성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영화 ‘실미도’가 관객 1천만명을 넘기고, TV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승승장구하며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던 탓이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영상단지 조성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
시는 현재 ‘용유·무의 마린월드’와 ‘관광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들은 수십, 수백 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향후 인천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사활을 건 핵심 사업들인 것이다. 시가 이렇듯 관광사업에 신경을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관광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도시 이미지를 크게 높이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실 인천만큼 풍부한 관광인프라를 갖춘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그러나 시는 ABC를 익히지도 않은 채 외국인과 유창한 대화를 나눌 미래만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한달여에 불과한 해수욕장 운영도 제대로 못하면서 대형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 시는 불확실한 미래의 꿈에 도취해 작은 것을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사상누각의 우를 부를 수도 있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꿈은 꿈대로 키워라. 그러나 모든 것은 ‘바로 지금,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